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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평점 :
최근 한국사회는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어려움에 빠져있다. 미국산 소고기는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은 한국 국민들에게 음식과 건강을 연결하고 있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존재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생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당연히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 먹어야만 하는 음식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면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는 우리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찾는 것이었다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어떤 것은 먹어서는 안 되며, 어떤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잡식동물로 특히나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데에 다른 동물들보다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먹을거리는 건강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와도 연결된다. <죽음의 밥상>(산책자.2008년)은 환경, 윤리로 이야기의 범위를 확대한다. 원제목도 ‘The Ethics of What We Eat’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먹을거리에 있어서 건강 문제는 아주 단순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 안에 들어있는 더욱 중요한 여러 가지 의미를 찾기 위해 책으로 들어가 보자.
책은 각기 다른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세 가족을 소개한다.
첫 번째 가족은 ‘전형적인 현대적 식단’으로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가족이다. 이 가족은 SAD(Standard American Diet, 미국 표준 식단)를 대표하는 가정이다. 즉 이 가족은 고기, 달걀, 유제품의 비중이 높다. 빵, 설탕, 쌀 등의 탄수화물 식품은 보통 정백 과정을 거친 것들로, 이들은 과일과 채소의 비중이 낮아서 섬유질 섭취에 취약하다. 또한 튀긴 음식의 빈도가 높기에 지방 섭취율이 높다.
두 번째 가족은 ‘양심적인 잡식주의자’로 이 가정의 식단은 채소 위주이고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도 가지고 있는 ‘윤리적 식사원칙’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가정과 다른 점은 육류를 소비하는 데에 있어서 동물을 어떤 조건에서 사육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식단을 꾸미고 있다,
세 번째 가족은 ‘완전 채식주의자’ 가정이다. 이 가정은 앞에 소개한 두 가정보다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고,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데에 있어서도 윤리적이고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데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가정이다.
저자들은 이 가정을 방문해서 그들과 대화를 하고, 또 이들이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데에도 동참하고,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세 가정이 음식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과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세 가정에서 구입하는 농산물이나 육류상품에 대해 이 먹을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역추적하고 이를 통해 각 먹을거리에 대해 건강, 환경,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먹는 계란에서부터 소고기, 돼지고기 속에 가려져 있는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또 이 먹을거리들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식품(GMO)과 양식 어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 유기농이란 표기가 있는 식품들조차도 정말 우기농이란 표시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정말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과연 무엇을 먹어야 하나?’하는 의문이 든다 정말 마이클 폴란의 책 제목처럼 ‘잡식동물의 딜레마’에 빠진다.
저자인 피터 싱어는 세계적인 실천윤리학자로 동물의 권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여러 권의 저술을 한 바 있다. 또 공저자인 짐 메이슨은 농부이자 변호사로 피터 싱어의 책<동물 해방>을 읽고는 그와 공동 작업을 하게 되어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두 명의 저자는 이 책의 저술 목적을 “먹을거리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향상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 책을 읽으니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식자우환(識字憂患)’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정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진실은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