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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지구는 과연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스스로의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에 대해 당연히 ‘그렇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이 책 <가이아의 복수>(세종서적.2008년)의 저자 제임스 러브록이었다. 러브록은 이러한 자신의 가설을 ‘가이아 가설’이라고 불렀다.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러브록의 친구인 노벨상 소설가 윌리엄 골딩이 붙여준 이름이다.
‘가이아 가설’은 지구는 유기체처럼 항상성(homeostasis)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많은 과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특히나 리처드 도킨스의 비판은 혹독했다. 도킨스는 지구가 스스로 유기체처럼 지구의 대기를 만들어 낸다는 ‘가이아 가설’에 대해서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 사이비 과학이라고 매도한다. 이에 대해 러브록은 “다윈주의적 입장에서 가이아를 반대한 주요 인물이 뛰어나고 명쾌한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였다는 점이 그나마 내겐 다행이었다. 고통스럽긴 했지만 나는 곧 당시 이해되고 있던 형태의 다윈 진화가 가이아 가설과 모순된다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51쪽) 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후 러브록은 ‘데이지 세계’라는 이름의 진화 모형을 만들어 자신의 이론을 더욱 확고히 하고자 했으나. 이 또한 과학자들의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러브록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인류와 지구는 치명적인 위험과 마주하고 있으며, 피할 시간이 거의 없다. 과학계의 중진들이 가이아에 대해 다소 덜 반발했더라면 우리는 아마도 미래에 관한 훨씬 더 어려운,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시간을 20년은 더 벌었을지도 모른다.”(55쪽)라고 이야기하며 과학자들의 비판에 서운함을 강하게 비치고 있다.
가이아 가설에 많은 과학자들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그들이 동의하는 부분은 바로 지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산업혁명이후 급속히 높아진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리는 매년 올해 여름이 가장 더울 것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이제는 하도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있을 정도로 지구 온난화는 일상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화석연료사용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그러나 아직도 회의적 환경주의자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지구가 더워지기도 하고 또 추워지는 것은 과거에도 늘 그래왔기 때문에 지금의 더위도 지구의 자연스런 순환과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는 온난화의 주범이 바로 이산화탄소라는데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특히나 1989년 설립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보 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그 원인을 찾는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까지 한다.
지난 100년 간 지구의 온도는 섭씨 1도 증가했다고 한다. 1도 라는 온도를 우리는 아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침과 낮의 일교차만 하더라도 겨울에는 많은 차이가 나기에 1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마지막 빙하기와 지금의 온도차는 불과 3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1도가 심각한 기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수준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면 21세기에 지구는 5도 정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그린란드의 빙하가 다 녹을 것이고, 이에 따라 전세계 해수면은 7미터 정도 상승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전 세계 대도시들은 강이나 바다에 면해있다. 또한 많은 경작지도 낮은 곳에 있다. 그렇다면 해수면이 7미터 상승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문명을 송두리째 없애버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를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 않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고 있지만 행동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행동하려고 할 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었을 것이다. 아니 러브록은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이 서문에서 “이 세기가 저물기 전에 우리 중 수십억 명은 죽을 것이고 그나마 견딜 만한 기후가 남아 있는 극지방이나 극소수의 사람들이 살아남을 것이다.”(10쪽-서문)라고 말하고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인데, 이 문단은 이 책의 제목인 <가이아의 복수>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만 문단은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뜨겁고 메마른 세계의 생존자들이 극지방의 새로운 문명 중심지로 떠나기 위해 모인다. 사막에 동이 트면서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야영지에 강렬한 햇살을 쏘아낸다. 쌀쌀한 밤공기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연기처럼 흩어지면서 열기가 충만해진다. 낙타가 깨어나 눈을 깜박이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몇 안 남은 부족의 생존자들이 낙타에 오른다. 낙타는 트림을 하면서 다름 오아시스까지 참기 어려운 열기를 헤치며 나아가는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239쪽)
뜨거워진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라고는 극지방뿐이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어버렸고, 운 좋게 살아남은 몇몇 사람만이 살기 위해 극지방으로 이주한다는 러브록의 마지막 말이 미래의 현실이 아닌 SF영화의 한 장면이 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