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왕국 1>(민음사.2008년)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왕국’이라는 편이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 하이츠’라는 부제를 보았을 때 과연 ‘어떤 책일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안드로메다’라는 단어 때문에 혹시 ‘신화’나 ‘천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책의 제목이나 부제는 그 책의 내용을 가장 상징적으로 표시하기 때문이었다.

보통 독자가 생각하기에 제목이 아리송할 때에 저자는 서문에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는 제목에서 내용을 알아차리지 못함에도 서문도 없었다. 다만 책의 시작이 페디 매캘룬 이란 이름의 가수가 부른 ‘안드로메다 하이츠’라는 노래가 수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책의 본문 중에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이 수록되어 있었다. 저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무언가가 지켜주고 있는 여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피붙이의 애정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그리고 나고 자란 땅의 에너지와 지금까지 부여받은 것을 감사하는 마음, 내 주위에는 무지개처럼 겹겹이 애정의 고리가 있다.”(16~17쪽)

주인공인 ‘시즈쿠이시’는 할아버지가 즐겨 재배한 선인장에서 따온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부모는 없고 할머니와 산골 오두막에서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는 약초로 차를 만드는 명인이었다. 그래서 전국에서 병을 치교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두막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개발의 여파로 말미암아 자연의 균형은 깨지고, 이에 따라 약초의 효과도 줄어들었다. 이 부분에서 할머니는 이렇게 생각한다. “식물이란 매순간 섬세하게 연락을 주고받기 때문에 산기슭에서 불미한 일이 생기면 그것이 온 산으로 퍼져, 마치 불안한 인간이 그렇듯 유독물질을 뿜어내는 일도 있다”(29쪽).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뭔가 환경보호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기 쉬우나,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읽어보면 수렵채집을 하던 선사시대에 인간들이 나무나 숲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은 늘 한없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는데 인간은 그런 산을 겸허하게 맏아들이지 않는다.”라는 대사는 자연에 대해 우리 선조들이 부여했던 지위가 현제에 와서는 착취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것에 대한 한탄을 나타내주고 있다.

 

이렇게 자연이 망가지면서 약초의 효과가 없어지자 할머니는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고, 주인공은 홀로 남겨지게 된다. 주인공은 산을 떠나게 되고 사람 속으로 들어가자 끊임없이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가에데’였다. 가에데는 눈이 잘 안 보이는 대신에 사람이 지니고 있는 물건으로 그 사람의 온갖 것을 알아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선사시대의 샤먼과 같은 존재로 이를테면 점쟁이였던 것이다. 점쟁이의 조수로 들어간 그녀는 가에데의 집에서 접수를 보고 전화를 받고 또 장부를 기록했으며, 더욱 중요한 일은 가에데의 책을 대필하는 일이었다.

 

일은 하고 있지만 외로운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나 그는 철저히 조연 역할에 그친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 및 초능력과 관련된 신비주의이기 때문이다.



총 3권짜리 책 중에서 1편의 주요 내용이 이것이다. 끝까지 읽어봤지만 내용이 아리송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130쪽이 안 되는 분량이기에 가볍게 읽었지만, 다 읽은 후의 느낌은 그리 가볍지는 않다. ‘2,3권을 모두 읽으면 뭔가를 잡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가에데의 책 대필이 끝나자 가에데는 후원자이자 동성의 애인과 함께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고, 그녀는 다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옆에 있지만, 독자들은 그 남자친구를 결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