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2008년) 표지에는 “공공장소에서 읽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을 붙였어야 한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이를 잊었다. 나는 이 대가를 전철에서 톡톡히 치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분명히 이 책도 웃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웃음을 참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시작과 함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말이다.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정말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읽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웃음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1990년대 초에 유럽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책의 중간에 그가 처음 유럽여행을 할 때의 상황도 함께 그의 기억 형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를 부르는 숲>(동아일보사.2002년)을 읽은 사람들은 기억을 할 테지만, 브라이슨의 친구인 스티븐 카츠가 이 책에서도 나온다. 나는 카츠란 이름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빌 브라이슨은 그의 나이 20대 초에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한다. 그리고 친구인 카츠와 두 번째 여행을 하고 1990년대 초 그러니까 브라이슨이 40대 초반에 이 책의 주요 내용이 되는 여행을 한다.

일단 이 여행의 시작은 ‘함메르페스트’다. 아마 이 도시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함메르페스트는 지구상에서 위도 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부동항으로 지리시간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에 있는 이 도시로 브라이슨은 오로라를 보러간다. 그리고 프랑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를 거쳐 마지막에는 터키까지 가서 그의 여행이 끝이 난다.

빌 브라이슨은 이 긴 여정에서 지도책과 열차시간표만을 가지고 다닌다. 호텔이나 교통편 예약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유롭게 다닌다. 한 도시에서 관광을 하다가 언제라도 실증이 나면 바로 다른 도시로 떠나는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부 지역에 있는 아이오와 주 출신인 그에게 유럽은 결코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는 유럽 여행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어리둥절해하는가 하면 매료되기도 하고, 실타래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근사한 대륙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싶었다. 기차를 타고 한 시간만 가면 주민들의 말도, 음식도, 업무시간대도 다르고, 주민들은 한 시간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너무나 다른 삶을 살면서도 묘하게도 비슷한 곳, 나는 이런 근사한 대륙의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57쪽)

 

빌 브라이슨이 프랑스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으로 겪고는 이런 말을 한다. 영국기업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 세 가지를 질문했는데, 그 대답이 아주 재미있다. ‘정원에 두는 못생긴 요정 조각상’, ‘자동차 유리에 매다는 주사위’, 그리고 ‘프랑스 사람’이었다고 말을 하면서 프랑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영국과 프랑스는 영원한 앙숙인가보다. 영국 사람들도 프랑스 사람을 싫어하지만 , 마찬가지로 프랑스 사람들도 자신의 나라를 점령했던 독일보다는 오히려 영국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뿐 아니라 빌 브라이슨은 여행하는 여러 나라의 사람이나 문화에 대해서 신랄한 평가도 아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각 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브라이슨이 마치 인류학자 같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빌 브라이슨이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전역을 여행한다고 영국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까 그들은 브라이슨에게 몇 개 국어를 할 수 있는지를 되물었다. 그런데 실제 브라이슨은 영어밖에는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도책만 가지고 예약도 없이 유럽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는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해당국가의 언어를 못하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중간 중간에 투덜거리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또한 여행지에서 무시당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죄충 우돌 하면서 해결하는 모습을 아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욕도 잘하고, 성에 관한 농담도 아주 재미있다. 정말 요즘처럼 웃을 일이 없는 때에 웃음을 유발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시대 최고의 기행문 작가라는 명성을 듣고 있는 빌 브라이슨, 그의 명성을 확인시켜주는 책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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