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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공기 속에 있는 질소나 산소량이 오랜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 지금 생존해있는 동식물들은 모두 이런 환경에 적응을 해온 것이다. 우리 인간도 생물학적으로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어서, 만약 이런 환경이 변한다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특히나 이산화탄소의 증가나 오존층의 파괴는 거의 모든 동식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만약 지구의 생태계 시스템이 생물에게 부적합한 상태로 점점 망가져가고 있다면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은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만약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기 중의 산소 농도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실험이 존재했었다. ‘바이오스피어2(Biosphere 2)’라는 이름의 실험이 1991년9월부터 만 2년간 진행을 했었다. ‘바이오스피어’라는 자연생태계를 의미하며, 이에 대해 ‘바이오스피어2’라는 의미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생태시스템을 말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투손 부근 사막에 1987년부터 외부와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을 준비했으며, 완공후인 1991년9월26일부터 만 2년 간 그곳에서는 8명(남자 4명, 여자 4명)이 자급자족적 농업으로 생존을 했다. 그 공간의 넓이는 1.275헥타르(1헥타르는 가로 세로가 각 100미터인 넓이, 따라서 축구장 보다는 조금 더 넓음)로 이곳에 지구생태계와 아주 비슷하게 내부를 꾸며 놓았다.
바이오스피어2의 내부는 인간 거주 구역, 집약농업 생물군계(농업구역), 산호초가 포함된 대양 생물군계, 열대우림 생물군계, 사바나 생물군계, 사막 생물군계, 습지 생물군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아온 3,800종의 식물과 동물이 있었다. 즉 바이오스피어 2는 지구의 생태계를 그대로 모방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대원들은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직접 재배하고, 사용한 물을 재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호흡하게 될 공기까지도 관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들의 일차적인 목적은 바이오스피어가 지구생태계에서 하는 일을 그대로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었고,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다른 행성에도 이러한 곳을 건설함으로써 우주 식민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이러한 거대한 실험을 하려면 국가적인 예산지원과 실행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실험은 개인의 돈으로 진행되었다. 그 비용은 무려 2억 달러가 넘었다. 언론에서는 “지구를 복제하기”, “우주를 위한 노아의 방주”, “제2의 창세기”라고 말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또 반대로 사이비 과학집단의 돈놀이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바이오스피어 2에 들어갈 사람은 오랜 기간 배나 오지에서 생존훈련을 해왔으며, 바이오스피어2에서 각자 자신이 맡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8명 중의 한명인 제인 포인터는 농업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바로 이 책 <인간 실험 - 바이오 스피어 2>(알마.2008년)의 저자이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지구의 생태시스템을 지금보다 쾌적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발생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오염되지 않게 지구를 지켜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바이오스피어2의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계급적 위계질서 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관계조차도 자연환경만큼이나 좋게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실험의 결과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스피어 2의 세계에 닥친 위험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이를 낮추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땅에 초록 잎을 가진 식물을 심었다. 그리고 열대우림에서 빨리 자라버린 나팔꽃 넝쿨도 잘라냈다. 이 넝쿨은 빛을 차단해서 다른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산소의 농도도 정상치(공기의 21퍼센트)보다 5퍼센트나 떨어지기도 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마침내 그 원인을 찾아낸다. 없어진 산소는 바로 시멘트가 먹어버린 것이었다. 또한 식량생산도 마음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안에 있는 동물들이 멸종하기 시작했다. 또 완두콩이 곰팡이의 공격으로 죽어갔고, 감자 역시도 곰팡이의 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이것은 이들의 식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적절한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자 그들은 체중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으며, 더욱 큰 문제는 그들 사이에 온갖 적의와 증오감을 만들어냈다. 또한 바이오스피어2에 들어간 8명에게는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게 됨으로써 우주선이나 남극 연구기지에서 오랜 기간 지내는 사람과 같이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났다.
우리들에게 유토피아는 원래의 단어가 가지 뜻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 8명이 2년간 그곳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다시 바이오스피어1으로 돌아왔건만, 후속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는 바이오스피어 2를 둘러싼 이권 다툼이 있었고, 국가적인 커다란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바이오스피어2는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장소로 변하고 말았다.
이 책을 보면서 인간의 과학기술 수준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우리는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지구 생태계는 무려 40억년의 장구한 기간동안 생성된 것이다. 그것을 얄팍한 인간의 과학으로 흉내를 내고자 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탐욕이 아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지구의 생태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우리는 생태계를 지금도 무참히 무너뜨리고 있지 않은가. 과연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