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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티베트 여행 에세이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세계의 지붕’이라고도 부르며 ‘눈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는 티베트는 지금으로부터 일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은 은둔의 땅이었다. 스벤 헤딘과 같은 탐험가들이 티베트를 방문하고 그곳의 지도를 만들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서양세계에 알린 것이 20세기 초의 일이었다.
티베트가 은둔의 땅이었던 이유는 접근성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해발 3000~4000미터 이상의 험준한 산악지대이고 평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희박한 산소 때문에 활동하는 데에 큰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양인의 눈으로 보았을 경우이다. 중국과 인도의 입장에서 볼 때 티베트는 접근하기에는 어렵지만,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지역이었다.
중국과 티베트 간에는 영토가 붙어 있었기에 역사적으로 보면 오랜 기간 두 나라 사이에는 전쟁과 평화가 교차되었으며, 1950년 이래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다른 역사, 문화, 언어를 가지고 있는 티베트는 독립을 원하고 있지만 중국-인도와의 사이에서 요충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많은 자원이 있는 그곳을 중국이 포기할리는 없다.
100년 전에 서양인들이 티베트를 방문하고자 하는 목적은 분명했다. 그들에게 티베트는 지도상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던 곳이었다. 그곳을 방문하고 측량해서 지도를 그려보겠다는 영웅심리가 서구 제국주의 시대에 탐험가들을 열병에 뜨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티베트라는 나라의 지리적인 여건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티베트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가기위해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열병-티베트 여행 에세이>(북하우스.2007년)에서 저자인 박동식은 자신이 티베트라는 나라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문명과 동떨어진 미지의 세계, 욕심도 없고, 이기심도 없으며, 불신 따위도 없는 곳. 그곳은 오로지 따듯한 시선과 사려 깊은 배려, 모든 인간이 존중받는 평등만이 존재하는 무릉도원 같은 곳”
이야기를 들은 지 10년 후 드디어 그는 티베트 여행을 시작한다. 일반인들에게는 하늘과 맞닿아 있을 정도로 고도가 높기에 춥고 또 숨이 차며, 황량하게만 느껴지는 그곳에서 저자가 만난 것은 무엇이었을까.
현대 문명에 찌들지 않은 삶의 모습을 만난 것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 때문에 불편함은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 도시의 삶에서는 얻지 못할 삶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아마 오체투지를 할 만큼 그들의 신앙에 열정적인 부분이 그들에게 여유로움을 주는 요인은 아닐까.
우리나라와는 다른 장례 풍습인 조장(鳥葬)의 모습을 보기 위해 힘겨운 발걸음을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역시 여행은 낯선 곳이나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라는 말의 참뜻을 알 것 같다.
저자인 박동식은 사진가이기도 해서 책에는 티베트의 풍경과 사람들의 사진이 멋지게 표현되어 있으며, 또 에세이스트로서 감성적인 그의 글 솜씨가 아주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두 번에 걸친 티베트 여행에 대한 감화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길을 갔던 모든 사람들이 끝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길, 라싸로 가는 길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진하고도 깊었다.”
미지의 것에 대한 것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다. 그러나 그 호기심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열병인 것 같다. 저자를 이런 열병에 들뜨게 했던 티베트,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