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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역사 - 마음과 심장의 문화사
올레 회스타 지음, 안기순 옮김 / 도솔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인간은 호기심 많은 동물이다. 인간의 지성은 자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생산해냈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학문이 생겼을테다.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움직임 안에 숨겨있는 의문을 파헤치고 이러한 호기심은 스스로의 내면을 보고 싶어했다.
인간은 과연 어떻게 생각을 하며 기억을 할까. 또 사랑, 질투, 죄악과 같은 감정은 어떤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몸의 어느 부분에서 시작될까 라는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을 것이다. 특히나 사랑이란 감정은 인간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은 아니었을까? 신화, 문학, 예술의 소재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일 컸다. 세계문학전집에 속해있는 많은 불후의 명작은 다름 아닌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수천 년 전의 사람, 일백 면 전의 사람 또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관심사는 아마 사랑이라고 확신한다. 사랑에 대해 정의한 문장만 모아 놓더라도 아마 백과사전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는 오히려 사랑이라는 말의 홍수 때문에 식상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사랑은 항상 최고의 화두였다.
‘빨간 하트’는 보통 사랑을 상징한다. 이런 사랑과 사랑이 생성되는 우리 마음에 대해 그동안 인류는 어떻게 생각해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하트의 역사>(도솔.2007년)가 제격이다. 이 책에는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이 충분히 나와 있다.
“이 책은 인류가 심장을 어떻게 인식했고, 몇몇 중심 문화권에서 심장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살펴본다. 또한 다양한 비유적 표현과 쓰임을 낳은 서양의 심장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본다.”라고 서문에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성격을 말하고 있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져라’라는 말이 있다. 내가 기억하기에 이 문장은 경제학 원론에서 처음 봤다고 생각한다. 즉 가슴(심장)애는 열정을 가지고, 머리(뇌)에는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과학적으로 틀렸다. 열정이나 감정도 모두 뇌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심장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 내는 장기라고 생각했던 시대가 있었다. <하트의 역사>는 그런 시대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심장의 힘과 사랑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며 기본적인 생명력과 죽음이라는 수수께끼, 자연과 문화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라는 문장이 이 책 첫 장의 핵심이다. 노르웨이에서 문화학 교수로 있는 올레 회스타는 영웅들의 서사시라고 알려져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하트 이야기의 진원지’라고 표현하면서 심장과 사랑이란 주제를 영웅들의 이야기의 핵심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집트의 미라는) 방부처리한 뒤에 다시 시신 안에 넣는 장기는 심장뿐이다.”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심판의 날에 죽은 자를 위해 증언해 줄 심장을 고이 본존하려는 뜻에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이집트인들은 심장에 기억(지성)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책은 인류 최초의 심장에 대한 이야기들은 시대순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한 각 문화권에 따른 심장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기독교와 이슬람교, 또는 아시아 문화에 있어서 심장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미의 차별성과 보편성에 대해서 문화사, 인류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어 중세 기사도 문화에서의 에로티시즘, 데카르트와 몽테뉴, 세익스피어, 루소, 괴테의 작품들에 나타나있는 하트의 의미를 읽어내고 있다. 또 동서양의 각 문화권에서 바라보는 하트의 개념과 특징은 아주 흥미롭다. 게다가 유명한 철학자, 작가 등의 작품에서 하트의 의미를 밝히고 있는 지적인 탐구를 쫓아다니다 보면 독자들은 노르웨이인 교수인 저자의 해박함에 폭 빠져버릴 것이다. 아마 독자들은 사랑에 빠져버리듯이 <하트의 역사>에도 빠져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