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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 ㅣ 우리 역사 바로잡기 2
이덕일.김병기.박찬규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요즘 TV에서는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경쟁적으로 방영되고 있다. 이는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 2004년 유네스코가 중국 내 고구려 초기 수도와 왕릉, 귀족들의 무덤과 함께 북한 내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고구려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데, 실상 오랜 기간 동안 고구려는 연구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고구려의 강역이 중국과 북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역사학자 입장에서 고구려를 직접 연구한다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북한이나 중국, 일본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답습하거나 중국 사서의 내용을 문헌으로만 접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의미로 국가주도의 고구려재단이 설립되고 고구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저자도 이 책 <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역사의아침.2007년)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고구려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동북공정으로 인한 중국의 역사 왜곡과 또한 국내 사학계에 아직도 존재하는 식민사관 입장에서 서술한 역사를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불신하고 있는 식민사관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역사를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실체와 정체성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즉 식민사관의 시각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정당화 논리를 만드는 데에 있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6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식민사관의 잔재는 국내 사학계에 그대로 남아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고구려 역사를 바라보니, 고구려는 중국과 대등한 나라였던 것이다. 중국의 황제만을 천자(하늘의 아들)자로 칭했지만, 고구려인들은 고구려 왕을 천자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에 중국과 고구려 간의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던 것은 오랜 세월에 걸친 전쟁 상황이 증명해주고 있다.
남북조의 분열을 이용해서 강력을 넓힌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 소개된 부분에서는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읽고 이를 국내 정세에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보였고, 또한 왕권 강화를 통해 군사력을 팽창시키고, 이를 통해 수당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구려의 전략과 전술을 이해할 수 있었다.
475년 백제의 수도인 한성(풍납토성으로 추정)을 점령하고 백제 개로왕을 참수했지만 백제를 멸망시키지 않은 까닭은 중국 측의 움직임에 항상 경계를 해야 했던 고구려의 지정학적 위치를 깨닫게 해준다.
700년 간 이어온 강한 기마 민족의 나라 고구려는 21세기 초인 지금 오래전의 그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에 의치한 지방정권이나 조공국이 아니라 중국과 대등한 천자의 나라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책 마지막 쪽에 별책 부록인 ‘고구려의 최대 강역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북으로는 러시아에서 서쪽으로는 몽골, 동으로는 연해주에 이르는 고구려라는 나라의 웅혼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