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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3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세기는 물리학의 세기라고 말한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발표되었으며, 뒤이어 물리학 이론이 그 어느 학문보다도 성취가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기 중반이후에는 생물학이 부각이 되기 시작했으며, 21세기는 생물학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1976년 불과 35세에 불과한 젊은 동물행동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2006년)를 펴내며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20세기 후반의 생물학의 부상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은 책이었다.
2006년은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생물학자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이를 기념해 책을 출간한다. 책 제목은 <리처드 도킨스>(을유문화사.2007년)였다. 살아있는 학자의 한 권의 책을 가지고 그 영향력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결론은 찬사로 끝났다. 그들 중 두 명의 의견만 살펴보자.
<이기적 유전자>에서 많이 인용된 바있는 옥스퍼드대학의 동물학과 교수인 존 크렙스는
“(리처드 도킨스) 그가 하고 있는,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도 잘 하는 일은 지독할 정도의 엄밀함, 깊이, 명확함을 도구로 삼아 다른 사람들의 발견을 재분석하거나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개념과 사고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즉, 리처드 도킨스가 생물학 부분에 끼친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학에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아니다. <이타적 유전자>, <붉은 여왕>의 저자인 매트 리들리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졌다. 하나는 문장이 진정으로 뛰어났다는 것이다. 도킨스의 문장은 운율이 가장 잘 맞았고, 사용된 용어도 아주 정확했고, 유익한 논증으로서만이 아니라 세련된 문학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이 조리 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논증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논증을 너무나 새롭고 지극히 의외이고 심히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노골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 독자들로 하여금 끝나지 않은 논쟁에 은밀히 관여하는 듯이 느끼게 하는 한편으로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 매트 리들리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의 글 솜씨에 찬사를 늘어놓는다. 독자들도 느낄 수 있지만 도킨스는 정말 다방면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적합한 인용문을 적절히 끌어다 쓰는데 정말 탁월하고, 또 딱딱한 과학책이면서도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게 썼다.
그러나 대중 과학서라고는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는 결코 쉽지 않다. 서문에서는 이 책이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 전문 용어의 사용을 최소화 시킨 책이라고 하고 있지만,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용어에서부터 막힌다. 그러나 차분히 읽어가다 보면 이 책에서 도킨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시 하는 점은 진화와 유전자와의 관계이다. 도킨스는 진화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책을 쓰고자 했다. 특히나 우리에게 충격을 준 것은 인간의 주인은 불멸의 복제자인 유전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를 위한 생존기계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유전자의 지령은 자연 선택에 의해 조립되어 온 것이므로 물론 '건축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건축가'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인 것은 자명한 것이다. 그는 생존기계인 인간의 예상 수명은 10년 단위로 표현할 수 있지만 유전자는 100만년 단위로 측정해야만 하기에 불멸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도킨스는 또한 이 유전자가 ‘이기적’이란 말로 한 번 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즉 유전자의 최종 목표는 생존과 유전자의 존속인데 이를 위해서 유전자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이타주의적으로 보이는 행위라도 실제 모양을 바꾼 이기주의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은 "밈(meme)"이라는 용어를 창조해낸 것이다. 밈이란 언어나 문화와 같은 부분도 유전자처럼 진화하며 게다가 속도는 유전적 진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고 하며 문화적 유전의 특징과 유전적 진화와의 유사성을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이후 많은 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 도킨스는 유전적 진화와 밈의 관계 하에 이런 얘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즉, "우리는 유전자 기계로서 조립되어 밈 기계로서 교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전제에 반항할 수 있다"
도킨스는 자신이 유전자결정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글에서는 은연중 유정자결정론자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그의 의견을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
현대의 지식인의 필독서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을 만큼 유명하고 또 많은 영향을 준 이 책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다 읽은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