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말도 잘하고 싶고 또 글도 잘 쓰기를 원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도 글쓰기에는 서툴기도 하며, 또 글은 잘 써도 말은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말을 하는 능력과 글을 쓰는 능력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뇌과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말을 하는 능력은 우리 유전자 안에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말하는 능력일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철저히 유전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 쓰는 능력은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그것은 글자가 이 세상에 나온 지 불과 수 천 년에 불과해 우리 유전자 안에 들어 갈만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것은 후천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말하는 능력이 유전된다고 해서, 후천적으로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능력을 개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수사학’은 바로 그러한 훈련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자에 없는 글 쓰기는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책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예담.2007년)의 주제이다. 연암은 박지원을 말한다. 조선 영정조 시대에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그에게서 글쓰기를 배운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로서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다.

글쓰기를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면 이처럼 효과적인 방법도 없을 것이다. 독자들은 소설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글 쓰는 기술을 배운다면 일거양득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와 있는 연암의 글쓰기 방법을 한 번 알아보자.

우선,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배운다는 것 자체가 먼저 모방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서 멋진 글을 만나 그것을 모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연암은 그냥 독서가 아니라 ‘정밀하게 독서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또 ‘관찰하고 통찰하라’ 고 말한다. 즉 독서는 글을 쓰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단계이고 이는 간접경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그 다음으로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통찰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 단계는 독서를 통하여 얻어진 지식을 체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셋째,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하라’고 말한다. 즉 과거의 좋은 문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가미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를 통해서 좋은 글을 만나고 이를 모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형식이나 내용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말함이다.

넷째,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이다. 두 개의 상반된 입장에서 둘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파악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섯째, ‘글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부분’에 대한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례를 적절히 인용하고, 일관성 있는 논리를 유지하며, 운율과 표현으로 흥미를 더하며,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고, 반전의 묘미와 함축적인 표현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제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책의 약점이 바로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즉 독자들은 읽으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자의 말에 동의를 할지라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예전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글 쓰는 기술을 익혔다고 해서 그 사람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방식으로 계속 자신이 글을 쓰고 또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은 책을 통해 소화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글쓰기를 알려주기 위한 시도는 좋았으나. 소설의 완성도도 떨어지는 느낌이고, 글쓰기의 방법도 짜 맞추기를 한 것 같은 뒷맛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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