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화원이 그리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 아니올지요. 그려진 것은 화원이 본 것이 아니라 회원 자신의 꿈과 욕망과 희노애락일 것입니다.”

우리는 학생시절 역사시간을 통해서 과거의 우리 선조들 중 많은 화가들에 대해 배웠다. 그 중 삼원(三園)에 대해서 우리들은 익히 알고 있다. 조선 중기 유명한 화가 3인의 호에 원(園)이란 글자가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인데,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중 신윤복은 아주 의문이 많은 인물이다. 그의 그림은 아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상하리 만큼 그의 생애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책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2007년)으로 말미암아 그는 다시 태어나고 있다. 픽션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 신윤복의 삶과 이 책에 소개된 그의 작품세계는 이 책이 과연 소설책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35점은 소설 속의 내용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어,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원의 그림에는 늘 일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혜원의 그림에는 언제나 무언가 비밀을 갖춘 여인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라는 정조의 말은 바로 우리들이 느끼는 바와 같다.  배경을 절제한 채 여백의 미를 즐기며 그 안에 역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단원의 그림에 비해 혜원의 그림은 훨씬 정적이다. 아마 여인네의 성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적인 흐름 안에 뜨거운 에로티시즘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또한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훔쳐보는 사람의 모습은 어떠한가.

에로티시즘의 화가, 관음증의 화가 또 그림의 주인공으로 항상 여성을 그린 화가 신윤복! 그의 천재성은 김홍도에 의해서 더욱 밝혀진다. “천재라는 이름은 곧 외로움과 같은 뜻이었다.”라는 말은 김홍도와 신윤복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들의 천재성은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질시를 받지만 스승과 제자 사이의 그들에겐 서로를 아껴주는 사이이다. 이들 사이에 등장하는 정조는 그들을 외풍을 막아주는 큰 병풍이 되어준다.

소설의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두 천재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읽는 것은 이 책이 주는 가장 가치 있는 점이다. 또 신윤복의 <미인도>와 연결된 사랑이야기는 이 소설에 맛을 더해주고 있다. 정말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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