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동양 고전들 - 중국문학자 김월회가 말하는 역동적 고전 읽기
김월회 지음 / 안티쿠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이 천 년도 더 지난 시기에 중국에서 쓰여 진 많은 책들이 있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이니 대나무(죽간)에 기록한 글들이다. 이런 고전들이 시공간이 다른 우리의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살아 움직이는 동양 고전들>(안티쿠스.2007년)은 위의 의문에 답을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으로 고전에 있는 텍스트를 그 자체의 ‘결대로’ 읽는 한편 그 안에 스며있는 제반 맥락(context)을 ‘폭 넓고도 속 깊게’ 복원하여 읽는 ‘내재적(immanent) 일기’를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논어>의 독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한 번 들어보자.

내재적 읽기의 핵심은 ‘해당 텍스트가 생성되는 시점에 텍스트에 내재했던 결을 읽어내는 것, 즉 그 시대의 가치관과 환경, 또 저자의 사상 등을 이해한 상태에서 고전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해당 고전 텍스트에 있어서 저자의 글쓰기 관습, 통사, 문자의 탐구에 익숙해야 한다고 하니 고전을 직접 읽어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맹자>라는 책을 이해하려면 맹자라는 인물에 대해 우선 알아야 하며, 또한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53~BC 221)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또 <노자>란 책을 읽을 때는 항상 <논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노자가 늘 공자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문을 보면 공자가 “군자는 한 용도에만 쓰이고 마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 (君子不器)”고 하자, 노자는 “큰 그릇은 완성이 미뤄진다(大器晩成)” 고 말하고 있다. 즉 노자의 텍스트는 공자를 비교대상으로 삼았기에 <논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노자>도 읽어낼 수 없다는 의미니, 책을 읽는 순서는 <논어>를 먼저 읽고 난 후에 <노자>를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2부는 고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시경, 詩經>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시(詩)라는 말은 원래 <시경>에 실린 고대 중국의 노래 가사를 가리켰다. 이 <시경>은 기원전 11세기 무렵부터 춘추시대 중기인 기원전 6세기 무렵까지 민간이나 조정에서 불리던 노래 가사를 모아둔 책이다. 그런데 이 시경에 수록된 시는 아주 음란한 시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경전이란 의미가 통치의 정통성과 합법성의 원천이 되어야 하는 책인데 이런 책에 음란한 부분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을까? “누가 봐도 선정적인 시를 성인이 그대로 놔둔 까닭은 음란했던 세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 <시경>이 경전인 이류를 텍스트 바깥에서 찾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경>은 아주 깨끗해서 사람들을 교화하는 책인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면 읽는 이가 음탕한 자라는 것이다. “음란함이 <시경>의 텍스트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해석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장자>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자. 중국에게 있어서 이민족들은 모두 오랑케였다. 즉 자신들만이 문명을 가지고 있으며, 이민족들은 모두 미개인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오랑케의 문명이 중국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바로 ‘불교’였다. 즉 유교를 통한 통치에 우선을 두었던 그들에게 불교라는 외래 종교가 중국에 들어온 것이다. 자신들이 그동안 얕보았던 오랑케의 사상이 중원에 주인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을 중국인들은 어떻게 해석해 내었을까? 이 부분에서 노자가 등장한다. 중국인들의 습성이 일단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으면 그 속도와 정도가 상상을 벗어나는 게 중국인의 습성이라고 한다. 즉 중국인들은 도가를 방법적으로 활용하여 불교라는 외부의 상당한 도전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즉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경전을 통하여 외래 종교를 받아들이는 방법과 핑계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 책을 쭉 읽어가면서 고전이 시공간을 떠나서 오랫동안 살아있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도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심성이 있는 것인데, 고전은 그러한 보편적인 부분에 대해 유의미한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고, 또한 시공간의 특수성을 이해함으로 보편적인 부분을 두텁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상당히 지적인 책으로 고전 읽기의 길라잡이 해당하는 의미 있는 책으로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중국 문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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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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