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심형철 지음 / 포스트휴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이천 백 여 년 전 흉노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한무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나라와의 연합이었다. 이를 위해 장건을 파견했지만 원래의 파견 목적이었던 흉노에 대항하고자 하는 연합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장건은 후세 인류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바로 실크로드이다. 그가 연합을 하기 위해 다녀온 길이 바로 실크로드였던 것이다.

이 길을 통하여 장건 이후 동양과 서양은 2000년 이상을 교류해왔다. 실크로드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길을 통해 비단이나 도자기, 나침반, 종이, 인쇄술, 화약 등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졌으며, 결과적으로 유럽의 문명의 기반구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들이 실크로드가 가지고 있는 문명사적인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이 실크로드를 보자. 실크로드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를 기능적으로 해석한다면 길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느끼는 것처럼 물자가 수송되는 길의 수준에서 의미를 읽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길을 통해서 물자만 오고간 것은 아니다. 이 길을 통해 사람도 그리고 사상이나 종교 등도 교류되었던 것이다.

실크로드는 한 가지 길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세 군데 길을 합쳐 실크로드라고 부르는데, 첫 번째로 오아시스 초원로는 중국의 시안에서 출발해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북위 40도 정도의 위도에 걸쳐있는 오아시스를 통해서 연결된 길을 말한다. 오아시스로 이외에도 실크로드 초원로와 실크로드 해양로가 존재한다. 그러나 흔히들 실크로드라고 하면 실크로드 오아시스로를 말한다.

이 책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포스트휴먼.2007년)는 중국의 오아시스로에 있는 많은 오아시스 도시를 방문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즉 이 책의 특징은 문명이나 문화, 교류보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실생활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지리적으로는 중국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저자 심형철은 중국에서 민속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딴 사람으로, 중국 측 실크로드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에 대해 공부를 한 사람이기에 이 책에서 그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측 실크로드는 물론 서안에서 시작을 하지만 사막의 오아시스가 있는 곳은 둔황에서부터 카스에 이르는 길을 말한다.  이 지역에 지금은 이주정책으로 말미암아 한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원래는 한족이 거주하던 지역이 아니었다. 웨이우얼족을 비롯해 하사커족은 오랫동안 그곳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으며, 가난하지만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고 이슬람을 신앙으로 가지고 있는 색다른 세계이다.

싱싱샤(星星峽)란 곳에 대한 책의 소개를 한 번 보자.

“이곳은 주민이 100명도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마을로..작은 식당을 열고 나그네에게 허기를 면하게 해주는 것으로 생활하는 곳이다.”

즉 싱싱샤는 실크로드에 소재한 작은 마을로 순전히 고속도로에서 휴게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역사상 많은 문인, 상인, 군인들이 이곳을 지나갔을 것이고 이제 나도 그 중 한 명이 되었으니, 싱싱샤는 나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일부분이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싱싱샤라는 작은 마을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읽어주고 있다.

저자는 호텔 식당 관리인의 소개를 통해 웨어우얼족 농촌 가정을 방문한다.

“마루 위에는 넓은 양탄자가 깔려 있다. 손님이 왔다고 양탄자 위에 수박과 하미꽈, 석류 등을 푸짐하게 내 놓는다” 웨어우얼족의 손님에 대한 따스한 대접과 배려가 그대로 보이는 것 같다.

“벌써 동네에 소문이 났는지 아이를 업은 아낙네부터 할머니, 꼬마들까지 집안 마루가 동네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래전 우리네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었다. 또한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라는 책이 생각이 난다.

이렇게 이 책에는 실크로드 곳곳에 산재한 마을이나 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또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애환이 스며있어서 실크로드에 관련된 다른 주제로 전개된 책을 읽는 것과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요즘 시중에 부쩍 실크로드 관련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동차를 페리에 싣고 인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기에 실크로드가 우리에게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니 실크로드에 가서 문명사에 기록되어 있는 많은 유적지와 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또 이 책의 내용을 CD로 만들어 부록으로 넣어져있어, 멀티미디어로 실크로드를 접할 수 있는 점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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