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들이 이해하는 서양 생활사
김복래 지음 / 안티쿠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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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남겨진 역사는 주로 강자나 승자들의 기록이다. 그러나 역사는 강자나 승자들만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수인 약자나 패자에 의해서 그 웅장한 저변이 움직여진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약자나 패자의 기록은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나 고대에는 승자나 강자만이 문자를 독점하고 있었기에,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기에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낮은 계층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은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했지만,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사의 연구 대상이 미시사나 생활사까지 폭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나타남에 따라서, 우리는 과거 역사에 있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서양생활사>(안티쿠스. 2007년)가 바로 그런 책이다. 서양의 고대에서 르네상스시대까지 생활 풍속에 대한 연구서이다. 저자인 김복래는 프랑스에서 유학을 한 현직 대학교수인데, 한국인이 이런 책을 발간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는 그동안 유럽의 미시사나 생활사에 대한 책은 거의 번역본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한국인이 이러한 책을 냈다는 것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일 가축과 아내가 동시에 아플 때 남편은 병든 가축에게는 서둘러 수의사를 불러주지만, 병든 마누라에게는 그냥 자연치료법에 맡겨 두었을 뿐, 결코 의사를 불러 주지 않았다”. 이것이 중세에 있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가장 간결한 표현으로 보인다. 가정에서 남성이 재산을 독점하고 있는 사회에서 여성은 단순히 집안의 재산의 하나로 취급받던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가축보다도 더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놀랍다.

“중세에 튜톤족들은 남편을 때린 여성을 강제로 뒤를 보게끔 당나귀에 태우고, 이에 놀란 짐승의 꼬리를 잡게 한 뒤에 거리를 행진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위의 문장을 보면 사회적인 여성의 지위와 집안에서의 아내의 지위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맞고 사는 남편은 예나 지금이나 있는 모양이다. 분명히 남자와 여자는 힘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데 상대적으로 완력이 약한 아내가 남편을 때린 다는 것은 힘의 우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근육 이외의 힘이 더 세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사는 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이 예라고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구성은 그리스시대, 로마시대, 중세시대, 르네상스시대로 구분하며 각 시대마다 의식주 생활, 가족생활, 문화생활과 여가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방대한 서양사를 시대순으로 또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주로 써있다 보니,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이나 책으로 통해서 배운 멋없는 정치사에서 벗어나 유럽의 실제적인 모습으로 들어가서 세밀히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르네상스이후 돈을 많이 번 상공인 계층의 옷차림이 귀족과 비슷해지자 귀족들이 사치금지법을 제정해 그들의 복장을 규제하려 했다는 데에서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신분이나 문화적인 총체를 나타낸다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서양사는 알고 싶으나, 너무 어려워 접근하기에 주춤했던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수많은 서양의 정치적인 사건들을 나열한 역사서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서양의 실제 모습을 그리고 있으니만큼 재미도 있고 또 쉽다. 읽다보면 서양사의 흐름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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