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 -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프랑수아 데르모 그림,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나는 걷는다> 1,2,3편을 읽었었다. 프랑스의 전직 언론인인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의 서단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시안까지 1만 2천킬로미터를 3년에 걸쳐 혼자서 도보 여행을 한 여행기였는데, 다른 여행기와 달리 사진 한 장 없는 딱딱한 책이었고, 상당한 굵기에 3권이나 되는 분량책임에도 불구하고 ‘실크로드를 혼자서 걷는 여행’에 푹 빠져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정말 쉽지 않은 여행을 성공한 영웅(?)의 이야기에 존경이 절로 생겼고, 또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효형출판.2006년)이 <나는 걷는다>와 비슷한 점은 같은 장소를 방문한 것이고, 다른 점은 승용차, 기차와 비행기로 여행했다는 것과 수채화가 프랑수와 데르모와 동행했다는 것이었다. 화가와 함께하다 보니 이 책에는 정말 실크로드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많은 그림이 들어있다. 아마도 <나는 걷는다>를 읽은 독자들은 사진이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번 여행에서는 화가와 동행한 이유를 저자 올리비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수백 명의 독자가 편지를 보내 이미지를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일정은 2004년5월1일부터 2004년7월6일까지 9주간으로 홀로 걸었던 지난번의 여행에 비하면 기간도 짧고, 또 편한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숙소도 호화판이다. 첫 여행 때에는 정말 목숨마저도 위험했던 적이 많았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여행은 정말 저자에게는 누워서 헤엄치는 정도이기에 저자도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을 방문한다. <나는 걷는다>에서 보듯이 여행 중에 짧게 만난 친구들이었지만 그들과 저자는 정말 오랫동안 사귄 친구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서로에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아마 여행을 하면 사람의 마음 문이 넓게 열리는 것도 있겠고, 중앙 아시아 지역 사람들의 종교적 믿음에서 나온 넓은 마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모습들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올리비에의 책에 감동을 받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방문에 친구를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 이유는 지진으로 인해 사는 곳이 파괴된 경우도 있었고, 이사를 가서 친구의 자취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장면에서 저자는 크게 아쉬워하는데, <나는 걷는다>를 읽은 독자들은 저자의 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올리비에는 친구를 새로 사귀지 못한다. 일정이 짧은 면도 있었지만 현대식 편안한 여행은 한 도시의 겉만 들여다보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홀로 걷는 고생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고, 편안한 상태에서 사람을 만나면 덜 아쉽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보니 책을 읽은 후 감동도 <나는 걷는다>에 못미친다. 다만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나는 걷는다>에서 아쉬웠던 이미지가 있다는 부분하고, 또 인간의 정을 더욱 깊숙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러니 독자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걷는다>를 먼저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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