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문명기행 - 오아시스로 편
정수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실크로드의 기원은 전한 무제 때 흉노와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약자의 입장이었던 한나라가 월지와의 동맹을 통해 흉노를 견제하기 위해 장건(張騫)을 파견한다. 장건은 월지와의 동맹을 이루어 내지는 못했지만, 서역으로의 길을 중국에 알려주게 된다. 후에 이 길을 따라 중국의 비단이 서역을 거쳐 로마에 까지 전해진다. 물론 비단 뿐만 아니라 많은 물품과 종교 등 다양한 교류가 있었지만, 비단에 중점을 두고 독일의 지리학자인 리히트호펜은 실크로드라고 작명한다. 보통 이 길을 실크로드 오아시스로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실크로드에는 오아시스로가 아닌 다른 길도 있다는 의미이다. 실크로드 초원길이 있는데 이는 남 시베리아의 초원길을 거쳐 로마로 가는 길을 말함이고, 실크로드 해양길도 있다. 이는 뱃길로 로마에 가는 길을 말하는데, 보통 실크로드라고 하면 이중 오아시스로를 말한다.

 

이 책 <실크로드 문명기행>(한겨레출판.2006)은 저자인 정수일과 한겨레신문사의 기자들이 2006년7월17부터 2006년8월25까지 40일간의 여정으로 인천 공항에서 출발해 북경을 거쳐 시안(西安),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를 통해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한겨레 실크로드 답사단이란 이름으로 실크로드 기행에 나선 그 결과이다. 그들은 왜 실크로드로 긴 여행을 떠났을까?

 

깐수란 이름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정수일은 문명교류사 연구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의 수 많은 관련 저작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으며, 이 책은 그의 주된 연구 결과를 해당 지역을 실제로 찾아가서 확인해보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정수일의 관심분야는 실크로드와 한반도와의 연관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초점도 그에 맞추어져 있다.

 

정수일은 실크로드에 있어 우리의 선조인 혜초, 고선지와 같은 인물과 연계하고 있다. 혜초는 신라의 고승으로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행문을 쓴 사람이다. <왕오천축국전> 7세기에 중앙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가 방문한 각 나라들에 관한 정보를 수록한 것으로 그 시대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유물이다. 또 고선지는 멸망한 고구려인의 후손으로 지금의 중국 신장 지역의 당나라 군사 지휘관으로 있으면서 많은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그가 패한 전쟁 때문에 그는 인류사에 있어서 커다란 기록을 남긴다. 751년 탈라스에서 이슬람권과의 전쟁은 당나라가 패한다. 이에 당나라 군사들의 많은 수가 포로로 잡히고, 그들 중 제지 기술자에 의해 서역으로 제지 기술이 전파된다. 이것이 유럽의 중세 이후 문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종이 제조기술이 전해진 이 길은 페이퍼 포드인 것이다. 또 목판과 금속 인쇄술에 있어서 최고의 기술을 가졌던 한반도의 기술이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전해져 쿠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연결된다는 가설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이 길은 인쇄 로드가 되는 것이고 한반도는 유럽의 근대화에 큰 힘을 준 것이리라.

 

이렇게 한반도와 관련한 것들이 서쪽으로만 간 것은 아니다. 실크로드를 통해 한반도로 전래된 것들도 아주 많이 있음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명한 신라의 황금보검이나 유리 그릇 등은 로마나 페르시아로부터 한반도로 전래된 것들이고. 신라 괘릉의 무인석은 아랍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즉 물품만 전래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교류 부분에 보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근교에 있는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와 둔황 벽화에 나와 있는 조우관을 쓴 사람은 분명히 한반도에서 간 사신의 모습이다. 신라인인지 아니면 고구려인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한반도에서 간 사람임은 확실하다.

 

실크로드는 단순히 비단만 전해진 길이 아니라 도자기, 제지술, 인쇄술이 전래된 길이며. 또 종교가 전래되었고, 칭기스칸에게는 전쟁을 위한 길이었으며, 지중해에서 태평양까지 연결된 인류 문명 교류의 큰 길이었다.

 

이렇듯 한반도와 먼 거리에 있는 로마까지 우리의 선조들은 실크로드를 통하여 그들과 교역을 하고 사람이 왕래했음을 알 수 있으며, 실크로드 곳곳에 한반도의 자취가 어려있음에 독자들은 많이 놀랄 것이다. 그곳에 가면 한반도가 보이는 것이다.

 

200여 장에 달하는 실크로드의 멋진 사진이 들어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독자들에게 주는 책이다. 다 읽고는 정수일의 다음 여행은 경주에서 시작하여 북한을 육로로 통과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실제로 실크로드 동단인 경주에서 서단인 이스탄불까지 제대로 된 실크로드 탐방이 될 것이다. 또 이 책이 오아시스로 편이라고 다음에는 초원로와 해양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책들이 기다려지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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