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말을 잘 하는데 글은 못 쓰는 사람도 있고. 또 말은 잘 못하나 글은 잘 쓰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즉 말하기와  글 쓰는 재능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언어능력은 선천적인 부분으로 우리 유전자내에 프로그램 되어 있으나, 글을 표현하는 문자는 발명된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의 유전자내에 인간의 본능으로 진화할 시간이 없었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가설이 진실이라면 인간의 글쓰기 능력은 후천적으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말 잘하는 것도 선천적인 능력이라 여겨지지만 후천적으로 기술(수사학)을 배우면 잘 할 수 있다고 하니 글쓰기 능력은 배움에 따라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쓸수 있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해뜨는 장면이나 어떤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보고는 그때에 느낀 감정을 우리는 필설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즉 기본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언어(어휘)가 부족함을 느낀다. 아마 이런 느낌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휘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문자로 표현해 남에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한 좋은 글쓰기란 글속에 녹아든 이치와 논리로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돕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라고 이 책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포럼.2007년)의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좋은 글이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이를 위해선 그 글속에 논리적인 일관성과 자명한 이치가 기본으로 깔려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논리적인 일관성이라 글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고, 자명한 이치란 그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글의 형식을 위해서는 ‘독서와 사색’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머리말에 나와 있으며, 좋고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영향을 주기 위한 글의 내용을 위해서도 독서와 사색은 필요할 것이다.


“좋은 문장은 마음 깊은 곳에 쌓아둔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책 17쪽에 나오는 말로 다산시문집에 있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지식을 위해서도 우리에게 독서와 사색과 아울러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와 사색,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면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장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잔재주가 아니라 오랜 세월 노력이 쌓여야 한다”고 최한기는 <인정>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글쓰기의 왕도를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다면 진정 왕도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들은 느낌도 글쓰기에 왕도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글을 쓰려고 한다면 반드시 먼저 세상을 다스리는 경학(經學)을 읽어서, 문장의 기초와 뿌리를 단단하게 세워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역사 관련 서적들을 두루 공부하여 나라와 개인이 흥망성쇠하는 근원을 알아야 하고, 일상생활에 유용한 실용 학문에도 힘을 쏟아 옛사람들이 남겨 놓은 경제서(經濟書)를 즐겨 읽어야 한다”고한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은 여러 책에서 인용되는 만큼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주고 있는 문장이다. 이 글을 지금 우리에게 적용시키려면 일단 경학에 해당하는 고전이나 인문서를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역사서와 기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라는 의미이다. 이래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문장이 이 책 전체의 주제에 해당하지 않나 하고 생각이 된다. 이런 긴 절차를 겪어야 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니 정말 왕도는 없다.


내가 이 책을 읽고는 느낀 것은 좋은 글을 쓰는 데에 왕도는 없지만, 다만 몇 가지 기술은 알아낼 수 있었다.


“글은 반드시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문장을 꾸미거나 기교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왕성순의 <여한십가문초>

짧은 글일지라도 다시 다듬고 고쳐라” 김창협의 <농암잡지>

“글이란 자신의 마음과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글을 써야 한다” 허균의 <성소부부고>


이 책의 가치는 독자들에게 글쓰기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에도 있지만,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쓴 좋은 문장과 아울러 독서 방법을 전해주는 것에 오히려 더 좋은 책으로 여겨진다. 좋은 글을 읽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데 기본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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