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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역사사랑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이덕일의 역사사랑>(랜덤하우스.2007년)을 읽고는 ‘역사란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현재 상황에 교훈이 될만한 일들을 과거 우리의 역사에서 찾아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어 역사 시론(時論)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의 임명에 있어서 총리의 자질이나 총리의 정치적 지위 등을 이야기 하기 위해 조선 시대 영의정으로서 역할과 그들의 훌륭한 경륜을 말해주면서 현실의 아쉬운 점을 말해준다. 또 검찰에 문제가 있으면 조선 시대 사헌부 관리들의 엄격한 직무 집행을 예로 들어 꾸짖고 있다.
저자 이덕일은 강단 사학자가 아닌 만큼 자유로운 행보를 할 수 있는 모습이 여러 번 보인다. 그러니까 역사학의 통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석하고 있어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구려의 건국 연대를 삼국사기의 기록보다 훨씬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과 팔만대장경 제작이 호국의 희망에 있다고 하는 통설을 ‘무신정권의 최이가 불교 세력을 회유하기 위한 사업’이었다고 해석하는 부분을 보고는 내 눈이 커졌다.
텔레비전 드라마 <주몽>에서 한사군의 제철 기술이 우리보다 뛰어났다고 했지만 이덕일은 우리(고조선)의 청동 합금 기술이나 제철 기술이 훨씬 더 우월했다고 여러 가지 증거(다뉴세문경, 청동합금의 성질 등)를 들어 설득력 있게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광개토대왕비문을 반출하려고 시도한 일본의 행위는 역사 왜곡을 위한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광토대왕비문의 주인공과 그 의미를 알아차린 것은 일본인 사코오였다는 데에 문(文)의 나라 조선 선비들의 반성을 촉구하며 이덕일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거의 역사를 지배하는 자가 현실의 인식을 지배한다”는 말에 나의 고개는 절로 끄덕여졌다. 이것이 역사를 배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과거의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현실에서 자신의 위치나 정체성도 찾을 수 없을 것이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조차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중 사랑은 舍廊이다. 즉 남자들의 공간인 사랑방이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이덕일의 역사 사랑(Love)이 그 중심에 있다. 저자는 독자들과 사랑방에서 현실의 어려운 점을 우리의 선조들의 지혜를 통하여 풀어나가자 이야기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사랑함으로써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아주 적절한 책제목이라고 보여진다.
이 책은 대중 역사서로서 일반인들에게 역사 속의 에피소드와 현실을 문제점을 연결해 해설해줌으로써 일반인들이 역사라는 것에서 느끼는 무거움에서 상당히 탈피하게 해주는 점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이다. 하지만 이덕일이 너무 다작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은 하나의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시론이었으며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하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