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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원정기 - 문명기행 2
스벤 헤딘 지음, 윤준.이현숙 옮김 / 학고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스벤 헤딘!
실크로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 유명한 탐험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렐 스타인, 폴 펠리오 등과 함께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유명한 탐험가 스벤 헤딘이 티베트를 탐사한 과정을 본인이 직접 쓴 책이다.
이 책 <티베트 원정기>라는 제목에 나는 우선 끌렸다. 그리고 스벤 헤딘이라는 저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반드시 읽어볼 결심을 했다. 내가 스벤 헤딘을 알게 된 것은 <실크로드의 악마들>(사계절.2002년)이라는 책에서 이다. <실크로드의 악마들>에는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지역을 탐험하면서 각종 유물을 약탈해간 사람들이 나온다. 그 중 한 명이 스벤 헤딘이었다.
스벤 헤딘은 스웨덴 사람이었지만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할 때에 리히트호펜교수를 만난다. 리히트호펜이라는 사람은 ‘실크로드’란 단어를 만들어낸 학자이다. 그 옛날 중국과 서양의 교역로 중의 하나인 오아시스 교역로를 실크로드란 이름으로 명명했고, 이 이름은 지금도 동서 교역로를 말할 때에 사용되는 단어이다.
스벤 헤딘은 실크로드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보는 것과 같이 히말라야 지역인 티베트까지도 탐험을 했다. 그 주된 이유는 유럽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곳의 지역을 탐사하고 지도에서 공백으로 남겨진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지금으로부터 시계를 100년을 뒤로 돌리면 유럽인들에게 중앙아시아 지역과 남극, 북극은 미지의 땅이었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 자신들이 모르는 땅에 대한 탐험에 관심이 많았고, 그 땅을 발견해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려는 욕심도 가지고 있었다. 중앙아시아지역은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이 거주해왔으며 수준 높은 문명이 존재했음에도 자신들이 모르는 땅이기에 미지의 세계로 여겼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조차도 ‘새로운 세계’ 혹은 ‘신세계’라고 불렀다.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이 살아온 땅임에도 그들은 순전히 자신들의 입장에서 다른 세계를 본 것이리라. 그리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미개인이라고 생각했다.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인종차별적인 처사였고, 이것은 오리엔탈리즘과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스벤 헤딘의 오지 티베트의 목숨을 건 탐험기이다. 해발 고도가 5000미터 이상이나 되는 곳에 대규모 탐사대를 이끌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스벤 헤딘의 모습을 보면 남자로서 정말 멋진 사람으로 그려진다.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이 죽고, 또 물건을 실어 나르는 당나귀나 낙타가 죽고, 또 같이 동행하는 안내자가 죽어버리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멋진 리더의 모습을 스벤 헤딘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티베트 지역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으면서도 배짱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그의 모습 속에서 독자들은 아마도 스벤 헤딘에게 존경심이 절로 일어날 것이다.
남극을 탐험함 세클턴이나 스콧, 아문센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탐험가로서의 멋진 모습과 리더십, 또 그의 성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책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백인우월주의자의 모습은 우리 같은 동양인의 눈에는 거슬릴 수도 있다. 오리엔탈리즘을 빼고는 정말 멋진 책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동양인 중의 한명인 나의 한숨 섞인 패배주의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