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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샤오 춘레이 지음, 유소영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몸이란 참 신비롭고도 오묘하다. 과연 인간의 옴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보통 두 가지로 얘기한다. 하나는 종교적인 것이고, 하나는 과학적인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사람의 모습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한 존재라고 한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진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란 수십억 년의 진화과정을 통해 자연선택된 존재라고 설명하는 진화론이 존재한다. 진화론도 많은 사람들이 진리하고 생각한다. 과연 두 가지 중 어떤 설명이 진리일까?
이 책에는 이 두 가지 설명을 따르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 몸의 신체 각 부분에 대한 인문학적인 지식을 통합해 그 의미를 해석해내고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동서양의 소설에서부터 시작해서, 고전, 신화 등 각종 책들에서 관련 있는 것들을 끌어 모아 독자들에게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방법을 ‘전고(典故)라는 말로 표현한다. 전고는 고대의 서적에 실려 있는 인상적인 이야기나 역사적인 전설, 신화 속의 일화나 사건 등을 인용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압축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자신의 글에 대해 어떤 귄위를 나타내거나 진실성을 높이는 데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저자의 방대한 독서력과 지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저자는 남의 이론을 마치 자신의 글처럼 소화해 내는 아주 훌륭한 글쓰기 솜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푸른숲. 2006년)이다. 제목으로부터 독자들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몇 가지를 추려낼 수 있다. 즉 이 책의 주제는 몸이다. 그런데 그 몸은 욕망과 지혜와 맞닿아 있으며, 또한 몸의 각 부위를 설명하는 사전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세부적이고도 지엽적인 몸의 일부를 소재로 한 문학적인 접근이자 그 끝을 알 수 없는 존재인 인간에게 바치는 로망스이다” 이렇게 저자 샤오춘레이는 서문에서 이 책의 특징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인간의 몸에 대해 역사적, 문화적, 또 자연과학적 탐구를 이 책 속에서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문학적인 접근이라고 서문에서 말한 것은 저자가 겸손함을 표시한 것으로 보여 진다.
“만약 여성에게 머리카락이 없다면 신비한 호수가 바닥을 드러낸 것처럼 시적 느낌과 상상이 모두 사라져버릴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머리카락에 대해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인류는 얼굴을 통해 그 어떤 존재보다도 타인과 광범위하게 교제하는 사회적 동물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털이 나지 않은 얼굴은 문명의 길로 나아가는 첫 번째 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얼굴에 대해서는 이처럼 문화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이나 빗물을 막는 것 말고 대체 눈썹에 어떤 실용적인 기능이 있는가? 아마도 조물주를 타고난 심미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뛰어난 해석일 것이다. 순전히 미학적인 목적에서 인간에게 눈썹 두 줄을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눈썹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유머러스한 모습도 보인다.
중국인인 저자는 중국의 고전에서부터 시작해서 서양의 각종 문헌까지도 섭렵하여 이 책에서 각 신체부위의 설명에 인용하고 있는데, 그가 인용한 자료만 해도 굉장하다. 아마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했다는 것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쥐스킨트의 <향수>와 같은 문학작품을 비롯해 그리스 로마 신화, 중국의 방대한 고전들을 넘나들며 지적 유희를 즐기고 있다.
“음이나 성적 매력은 물론이고 아름다움 자체가 인간이 지닌 얇은 피부에 의해 좌우된다고도 볼 수 있다” 하하하! 그래서 화장품이 잘 팔리는 것인가?.
“패션은 들어낼 곳에 신경을 쓰는 예술이다” 그러니까 패션은 옷감으로 몸을 감추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일부분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이란 의미인데 저자의 표현은 자극적이지만 진리로 와닫는다.
“미의 본질을 끝까지 규명하다 보면 결국 성적인 것이 아름다운 것이며, 성적 감각이 미적 감각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비대한 엉덩이는 생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이렇게 인류의 미학과 종족 보존의 위대한 사명은 언제나 일치한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말한 성선택론의 핵심아닌가!
이처럼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표현력에 놀란다. 저자의 이러한 능력에 대한 부러움에 빠져 읽다보니 과연 어느 정도의 독서와 글쓰기를 연습해야 이런 책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책은 사람의 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