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풍경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인 오키시마 소키치이다. 그러니 청소년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는 학교 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왜 그는 학교에 가지 않고 있는가? 어떤 이유에서든 학생은 학교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까. 아마 그들은 소키치를 불량소년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더라도 소키치가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에 충분히 이해를 하더라도 학교에 다니면서도 그러한 일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가 십상이다. 

그는 섬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이고, 그의 아버지는 어부였지만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그는 누나와 함께살고 있다. 2학년까지는 모범생이었던 그는 3학년이 되자 학교에 가지 않는다. 교우관계가 문제이거나 선생님과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학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고 지금 그것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힘든 선택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선생님과 학생들간의 갈등과 또 이런 상황을 보는 양극의 선생님들의 사고방식이 충돌한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과연 학교의 주인이 누구이고, 교육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아마 이것이 저자인 하이타니가 독자들에게 주는 질문일 것이다.

이 책이 발표된 것은 1988년이다. 아마 일본에서도 개발이 주요한 가치로서 대두되던 시기였을 것이다. 이 책 주인공은 아버지가 죽기 이전의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는 개발과 보전에 대해서 하나의 중요한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훌륭한 어부였고, 그도 어부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 벌써 일본 연근해의 어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것은 개발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와 어류의 남획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였다. 주인공은 섬의 개발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생명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깨닫고 그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섬의 자연을 보호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나에서도 최근 간척사업에 대한 논란이 법정에 까지 간적이 있을 정도로 개발이냐 보존이냐에 대한 가치가 날카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개발과 보존중에 무엇이 우선되야 되느냐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후기산업사회에서 과연 1차 산업인 어업과 농업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관심 또한 이 책의 주제 중 하나이다. 단순히 돈으로 환산한 가치를 따질 경우에 1차 산업을 설 땅이 없다. 또 생산성이란 현대의 가치관으로 판단해도 1차 산업은 눈밖에 나있다. 이것이 모든 산업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 책에서는 1차 산업을 생명을 다루는 분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살아있는 소중한 지구의 자원을 다루는 소중한 행위로 표현하고 있다. 작금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FTA문제의 핵심도 이와 관련이 있다. 농산물 개방 시에 농민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서 우리는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원초적으로 농업과 어업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대답은 이 책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또 고등학생인 주인공에게는 주위에 그를 돕는 사람이 많이 있다. 아직 성숙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는 주인공에게 멘토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요즘의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고 있다. 또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런 만남을 통해서 주인공은 세상에 대해 눈을 뜨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만남이 이 책의 전체에 소중히 담겨져 있다.

두 권으로 이루어져있는 장편소설인 이 책 <바다의 풍경>(양철북.2007년)은 굵은 내용만큼 많은 이야기가 그 안에 있다. 그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보는 관점에 따라 양론으로 충분히 나누어 질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의 대립, 개발과 보전의 대립, 산업간 대립 등 어느 입장을 지지하느냐를 저자는 우리들에게 묻고 있으며,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주인공인 소키치의 선택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말들이 내게는 심저의 깊은 울림으로 들린다.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결코 청소년용 책이 아니다. 현대 사회가 앉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 저자는 지적인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는 분명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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