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평점 :
우리 한국인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음식은 김치라는데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들을 없을 것이다. 빨간 고추 가루와 각종 양념을 넣은 김치! 얼마나 먹음직한가! 그렇다면 이 김치란 음식이 우리와 얼마나 오랫동안 같이 했을까? 정확한 대답은 하기 어렵지만 아주 오래되었을 것이다. 몇 천 년이 지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빨간 김치도 그렇게 오래되었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고추 가루를 넣은 김치를 먹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이 조선 시대이니 그 이전에는 고추 가루를 넣지 않은 김치를 먹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상식과 실제의 진실 사이에는 항상 오차가 존재한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온 것 중의 많은 것들이 이렇다. 즉 우리의 상식은 항상 깨어지기 쉬운 유리 그릇 같은 것이다.
의학에 대한 부분에서도 우리 인간 사회에서는 항상 제일 관심을 끄는 주제이다. 그것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과 가장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업성과 연결된 사이비 의학이나 사이비 건강 보조 식품들이 우리 주변에서 활기를 치고 있다.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아왔던 건강이나 의학에 대한 편견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주고 있다. 읽다 보면 내가 오랜 세월 동안 무진장 속아 왔다는 생각에 속이 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실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딱딱한 의학이나 건강 분야를 수록하고 있지만 저자는 우리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고 있다. 물론 냉소적인 부분도 많이 있으나 이런 분위기 조차도 저자는 독자들을 웃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완제크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러다 보니 결코 적지 않은 분량(거의 400쪽)의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는 유머러스하게 이끌고 있다. 그의 저널리스트로서의 글쓰기에 탁월한 능력 때문이겠지만, 여러 가지 의학에 관한 상식을 폭 넓게 소화하여 독자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만약 한 분야에 정통한 학자나 의사라면 자신의 분야에 대해 깊숙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나, 저자는 반대로 폭넓게 여러 분야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요지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 상식 중의 많은 부분은 철저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훌륭한 글쓰기 솜씨와 유머러스한 부분을 한 번 살펴보자.
지능에 관련된 속설로 머리가 크면 영리하다고 하는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아인슈타인 이야기를 한다. 이를테면 천재는 뇌의 영역 중 어느 한 부분이 발달되어 있으면 다른 부분에서는 덜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경우를 보면 수학적 사고와 공간 운동의 시각화 능력을 관장하는 하두정엽이 다른 사람들보다 15퍼센트 더 퍼져있었다고 하면서, 그렇기에 아인슈타인은 다른 어딘가에 일반인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부족한 부분이 ‘머리 빗기 능력 쪽’이었을까 하고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나는 한참이나 웃었다. 그 순간 사진에서 본 아인슈타인의 얼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머리 스타일을 한 번 보라, 정말 오랫동안 머리도 감지 않았는지 덥수룩한 곱슬머리이다. 사진 찍을 때조차 이런 모습이니 정말 평소에 빗질을 전혀 하지 않은 티가 나지 않는가? 나는 하하하! 하고 웃었다.
또, 간의 기능을 도와주는 건강 식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곧장 의사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간을 보호하라고 말하며, 간을 위한 건강 보조 식품 10일치를 사는 데 10일치에 20달러를 쓴다고 하는데, 그나마 간은 재생 능력이 뛰어난 기관이라 괜찮다지만 ‘가계부까지 그런 능력을 가지지는 않았다’는 냉소적인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슬며시 미소 짓게 했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많은 가설도 다른 증거에 의해 쉽게 반박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에 소개된 내용도 마찬가지로 불량 의학 혹은 사이비 의학의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아직도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수십억 년의 진화를 통해서 이루어진 우리 세계를 안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우리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연구만 완성이 된다면, 우리는 유전자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모두 정복할 줄을 알았다. 하지만 2001년에 발표된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유전자 수는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은 수(2만여 개)에 불과했지만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가지의 일을 하고, 또 여러 개의 유전자가 합쳐져서 하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의 단초만 알게 된 것이다. 아직 우리의 과학 수준은 가설만 나열할 수밖에 없는 미천한 수준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때에는 마치 복음서처럼 여겨졌던 많은 상식들이 실제로는 어리석은 사이비 의학이었던 것이다.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불량 의학인 것이다.
자신의 건강이 염려되는 분들은 괜히 의사를 찾아가거나 건강 보조 식품에 매달리지 말고, 차라리 이 책을 읽어라. 이 책은 불과 일만 오천 원에 즐거운 웃음과 건강을 찾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