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국왕이라는 건 대체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은 아무래도 상관업다고 생각해. 자기 삶을 위한 지지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아. 공물만 바치면 된다고 말이야. 그래서 아이가 1년 넘게 걸려 만든 돌탑을 허물었을 때도, 웃으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헛수고가 되어 버렸구나. 인생이라는게 녹록한 게 아니지?'하고 놀리듯이 말한 게 전부였어."

 

-P.142-

 

1.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 경우엔 너무 어려운 책이 그렇고, 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책이 그렇습니다.

 

 <밤의 나라 쿠파>는 재밌게 읽었지만 그 느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할지 참으로 애매한 책입니다. 아마 후자의 경우에 가깝기 때문일텐데요. 우화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은 고양이 톰의 시각으로 진행되고 그가 바라보는 세계로 우리의 세계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속 지배구조를 다양한 상징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은 '이사카 코타로'의 전작들과 어느정도 맥을 함께하는데요. 쉬운 문장으로 환상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모르겠지만 이 나라 바깥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어쩌면." 나는 거기서 번뜩인 생각을 머리로 곱씹어 보기 전에 이야기했다. "어쩌면 그 '멀리서 온 쥐'가 있던 장소에서는 고양이와 쥐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스스로 말해 놓고, 그래, 그럴거야, 하고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 쥐들에게 고양이와 이야기를 해 보라고 권했을 가능성이 있어. 자기들이 성골한 일이니까 남에게도 권했다. 이런 거 아닐까."

 

-P.203-

 

2.

 

  센다이 시의 공무원인 ‘나’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 충격으로 바다낚시를 떠났다가 거센 파도에 표류하고 맙니다. 낯선 풀숲에서 정신을 차린 ‘나’의 앞에는 말하는 고양이 ‘톰’이 나타나 자기 나라에서 일어난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높은 성벽에 둘러싸인 ‘밤의 나라’ 그리고 그들과 오랜기간 전쟁 중이었던 강대한 나라 ‘철국’. 전쟁은 철국의 승리로 끝나게 되고 곧이어 철국의 병사들이 '밤의 나라'로 찾아오게 됩니다. 고양이 톰의 시각에서 바라본 인간들 사회는 자신이 속한 고양이들의 사회와 쥐들의 사회를 닮아 있습니다. 희생양을 보내고 그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국군주의 시대의 일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이러한 일들은 비단 일본의 과거사뿐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과 비 기득권의 모습과도 맞물려 있고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강자와 약자와의 모습들 입니다.

 


 

 

 

 "이 나라는 쭉 같은 집안이 국왕이 되어 왔어. 뒤집어보면 국왕이라는 근거는 '대대로 이어져 왔으니까' 하나밖에 없는 거야. 능력은 상관이 없지. 따라서 국왕인 자기들이 철국에 굽실거리는 한심한 인간인 줄 안 순간, 그 자리에서 끌려 내려올 거라는 불안을 안게 됐더라도 이상할게 없어. 자기들 입장이 위태로워질 거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것은 진실을 전하는 것보다 위엄을 지키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거야 "

 

-P.448-

 

3.

 

 이 불온한 은유의 세계 속에는 많은 사회 문제가 녹아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강자와 약자의 문제 외에도, 인간의 자유의지라던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의지라던지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건 이런 메타포 외에도 다른 명작들의 오마주가 표현되어 나타난다는 점이였는데요. '걸리버 여행기'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요소들이 녹아들어 있다는걸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겁니다.

 쉽게 읽히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이였습니다. 말하는 고양이 톰의 갸르릉 소리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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