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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클럽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6 ㅣ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6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형제라고 해도 믿을
겁니다. 그래서 저기 저렇게 걸려 있는 것이지요. 악의 존재가 인간의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심지어는 저렇게 유쾌한 얼굴을 가졌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길거리에서도 마주칠 수도 있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그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얼굴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가면 속에 무엇이 있는지 절대 알 수 없지요."
-P.152-
1.
친한 이웃분들을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서양의 스릴러물보다는 동양의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습니다. 남들이 다 재밌다던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시리즈도 시큰둥하게
읽었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도 딱히 없어 스릴러는 제 취향이
아닌가보다 생각했는데 우연치
않게 정말 재미있는 스릴러를 만났습니다. '테스 게리첸'의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인데요. 친구집에서 미드를 보다 우연히 알게됐는데 정말 꿀잼이였어요. '의사'가 살인범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병원 분위기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사람을
살해하는데요. 역시나 그 이유에 있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독특한 캐릭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고어하다는(출판사 서문에 따르면) 메피스토
클럽이였는데요. 위에 언급한 전체적인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의사가 등장하지 않는 오컬트적인 내용이 주) 미드로 본
병원물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악마주의자들은 실제로 적그리스도의 상징으로 거꾸로 된 십자가를 사용하죠.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있었던 살인 사건
말입니다. 목을 자른 사건. 그때는 바닥에 원이 그려져 있고 그 한가운데 희생자의 머리가 있었죠. 타다 남은 양초들도 있었고요. 그건 분명히
사탄의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겁니다."
-P.182-
2.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한
보스턴 경찰국 강력반 형사 제인 리졸리와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사건은 역시나 그들에게 행복한 휴식을 방해합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평범한 주택가 평화로워만 보이는 풍경. 그렇지만 그들은 곧 잔혹한 현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침실 전체를 도배한
피, 대리석 조각상처럼 몸통만 남은 희생자의 몸, 4인용 식기에 놓인 절단된 왼손, 그리고 제의라도 지내는 듯 독특한 상징과 함께 주방 바닥에
놓인 잘린 머리. 사탄숭배 의식을 생각나게 만드는 참혹한 현장에서 그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토막난 손이 피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라는 점이죠.
유일하다 싶은
증거물은 전화의 수신지.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화를 건 곳은 범죄자들의 전문
정신분석의인 조이스 오도넬의 집입니다. 전편을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주인공 리졸리와는 뭔가 원한이 있는것
같더군요. 리졸리는
오도넬이 범죄자들을 비호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만 물증이 없습니다. 오도넬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를
중단하라는 윗선의 지시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즈음 그녀는 '메피스토 클럽'이라는 비밀스러운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모임이 있던 날 사건을 조사하던 동료 형사가 눈꺼풀이
잘라진채 발견됩니다.

"그렇다기보다는
누군가를 아는 줄 알았다가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이 뜻밖의 일을 하면 그제야 사람 속은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죠. 다
마찬가지예요. 몇 달 전만 해도 누군가한테 우리 아버지가 어떤 헤픈 여자 때문에 엄마를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정신 나간 소리라고
했을 거예요. 정말이지 사람 속은 알 수가 없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죠."
-P.324-
3.
개인적인 총평은
<스노우
맨>과 닮아 있지만
오컬트적인 양념을 더해 더욱 재미있었던 책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히브리 전설에 내려오는 아담의 첫번째 부인 릴리스의 이야기라던지,
고풍스러운 초상화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이라던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토대로 살을 붙여 만들어 나간 이야기는 얼핏 '댄 브라운'의
느낌이 풍기기도 합니다. 일곱번째 시리즈를 지금 읽고 있는데 이건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네요. 같은 작가의 시리즈가 이처럼 다채로운 소재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스릴러는 뻔하다는
고정 관념을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 역시 기존
스릴러 물과 비스무리한 결론으로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충분히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새롭게 하게 만든 책이였습니다. 선선해지는 가을 이 시기에 읽는 스릴러가 이웃 분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