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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ㅣ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평점 :

1900년대 초반이
되면, 이 레시피가 미국 북부와 유럽의 요리책에도 등장한다. 곁들여 먹는 소스는 여러 변형이 나타났는데, 아마 그 변주의 최고봉은 한국의
양념소스일 것이다. 결국 프라이드치킨은 육계의 산업화와 식용유의 대량 생산, 그리고 밀가루(파우더)가 등장하고, 적절한 주방기구까지 받쳐주면서
대중화된 음식이다. 여기에 '노예음식' 혹은 '소울푸드'라는 이미지까지 덧붙이면 괜찮은 음식 스토리도 만들어지니, 그만큼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좋았다. 즉 철저히 산업에 의해 선택된 소울푸드가 프라이드치킨이었던 것이다.
-P.35-
1.
친구와 맥주 한잔
마시고 싶을때 우린 보통 '치맥이나하러 갈까?'라고
이야기 합니다. 치킨과 맥주를 의미하는 '치맥'. 다른 안주들도 많고, 그 궁합이 통풍을 불러온다며 건강상의 문제도 이슈가
되었지만 쉽사리 끊을
수 없는것이 바로 이 '치맥'일 겁니다.
80년대의
마지막즈음 태어난 제게 치킨은
참으로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 아버지가 기분이 좋은날 먹던 행사의 의미가 강한 음식이였죠. 성인이 되어 혼자 자취를 하는
제게 치킨은 더욱 가까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출출해질때. 늦은 시각에도 전화 한통이면 배달되는 그 편리함에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실제로 제 동기 중 한명은 1주일에 서너번은 치킨을 시켜먹는다 하고, 저 역시 평균적으로 한달에
두세마리 정도를 시켜먹으니 치킨은 이제 특별한 음식이라기
보다 식사 대용의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는 기업들의 스폰서 계약과 광고를 먹고 자란다. 사실 비인기 종목은 기업 연고를 잡지 못하고 억지로
지자체나 공기업이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의 상업화 문제는 고루한 이야기다. 이미 스포츠는 그 자체로 '산업'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이야 그렇다 치고, 최근 스포츠 마케팅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벌이는
'치킨게임'은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 마케팅 비용은 사실 치킨점 사장님들이 '한 마리 한 마리'튀겨낸 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각 매장에 분담시키는 마케팅 관련 수수료가 만만치 않고, 스포츠 시즌에 함께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 비용도 고스란히 점주들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P.175-
2.
이런 치킨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라는 카피 문구가 눈에 와 닿았습니다. <대한민국
치킨展>. 치킨이
치느님으로 신격화 되는 시대에서 치킨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주변에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그렇겠지만 치킨이 만들어져 내게로 오는
과정은 무척이나 불편합니다. 닭의 사육 과정에서부터, 포장 과정까지. 그리고 그것이 특정 상표를 붙여 내게로 배달되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치킨 속에 들어있습니다. 그 안에는 윤리적인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들도 많이 녹아 있습니다.
책은 치킨의 역사와
함께 그 종류를 초반에 제시합니다. 어떤 치킨이 한국 최초의 치킨이였으며, 그것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요. 그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즐겨먹는 크리스피 치킨이 탄생하기 전 시장표 민무늬 치킨까지. 이러한 치킨이 탄생되는 방식에
대해 한번즈음 생각해 봤었는데 그런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후반부에는 치킨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들이 녹아 있는데요. 대기업의 육계농장 통제로 획일화되고 세분화 되어버린 시장과, 프랜차이저 치킨집의 고민, 배달부의
인권문제까지. 치킨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1973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양계사료는 어린 병아리용, 중병아리용, 큰 병아리용으로 각 단계별로 필요한 영양 추이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또 품종별로 브로일러
전기, 브로일러 후기 등으로 나누고, 조예용 사료 등으로 세분화시키면서 전문화된 사료 생산이 이루어졌다. 농가에서 부산물로 키우던 가정 양계의
시대가 끝나고 산업 양계의
시대가 열린 것도 이렇게 전문 사료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생산이 분리되었다는 것은 소비 형태도 그만큼 많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1년에
한두 번 먹을 수 있던 백숙의 시대가 끝나고 통닭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곧 '닭고기의 상업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P.247-
3.
책은 치킨이라는
대중적이고 가볍게 느껴지는 소재를 통해 그 안에 숨겨진 많은 이들의 땀방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치킨집이 맛있는지와 같은
치킨 가이드북을 찾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치킨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들을 보면 치킨이라는 음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문적이지만, 읽기
쉽게 쓰여진 책이였습니다.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까요. 편하고 쉬운 어투로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문제들을 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서평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옆에는 치킨이 놓여 있는데요. 새삼스레 치킨의 맛이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 <대한민국 치킨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