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의 여정 - 제3의 길부터 테러와의 전쟁까지 블레어노믹스 10년의 기록
토니 블레어 지음, 유지연.김윤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일반적인 정치 회고록과는 다른 책을 쓰고 싶었다. 기존의 정치 회고록은 조금 읽다가 내려놓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혹은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평범하게 기술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건과 날짜가 언급되지만 그에 관련된 정치인들이 모두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역사가의 입장이 아닌 리더의 입장에서 이 책을 쓰는 것이 내 목표였기 때문이다. 10년간의 총리 재임 시절에 대해 이미 많은 설명과 평가가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설명이 나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역사이 한복판에 서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나밖에는 없다.

 

-P.14-

 

 

 

1.

 

 ​개인적으로 '자서전'이라는 분야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래 자서전은 '자기(自己)가 쓴 자기(自己)의 전기(傳記)'로 본인의 살아온 행적을 기록한 글을 의미합니다. 정치인이나 기업가의 경우 그 업적에 있어 명과 암이 분명하게 나뉘는데, 대개 이들의 자서전은 다들 자신이 잘나서 이렇게 성공했다식의 표현을 에둘러 좋게 포장하고 써낸 '자기 자랑문'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세상을 조금 삐뚤게 보는 저로서는 개인의 노력 여부보다는 그 이면의 어두운 부분들이 먼저 보이기에 이런 식의 자서전은 되도록 보지 않습니다.

 

 '스티븐 잡스'의 자서전을 보고 자서전은 정말 나와 맞지 않는구나 생각했던 차에 우연히 영국의 정치인 토니블레어의 자서전 <토니 블레어의 여정>을 읽게 되었습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두께와 낯선 정치 용어들로 머리가 혼란스러웠지만, 오늘날 정치가 의심받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치인이 가야 할 방향과 국민들이 어떤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로 잡아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신노동당의 핵심은 이러한 사회 발전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진보 정치의 근본 가치나 목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가치와 목적을 모호하게 만들고 패배를 야기하는 정치적ㆍ문화적 도그마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게다가 신노동당의 지향점은 그러한 사회 발전에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발전을 기뻐하는 것이었고, 그러한 발전이 진보를 위해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불행한 현실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었다. 신노동당은 곧 진보였다.

 

-P.154-

2.

 

 토니 블레어는 우리가 잘 알고있듯이 영국의 정치가입니다. 1994년 최연소로 노동당의 당수가 되었고, 1997년 5월 총선에서 야당 노동당이 집권 보수당에 압승을 거둠으로써 1979년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지 18년 만에 노동당 출신의 총리가 되었죠. 2001년 6월 총선에서도 노동당이 보수당에 승리하였으며, 2005년 5월 총선에서도 승리하여 총리로서 3기 연속 집권하였습니다. 그가 이토록 오랜 기간 영국이란 나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였을까요? 

 

 책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영국의 현대사를 함께한 토니 블레어의 솔찍한 시각으로 진행됩니다. 아무래도 정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니만큼 편향된 시각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책은 그의 연설 만큼이나 설득력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수주의의 힘' 부분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시민을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을 언급한 점이 인상적이였는데요. 그가 사소한 사건에서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했음을 알 수 있었고 보수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를 해임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리더는 상황을 운영하고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그가 재무장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 나는 임기가 단축된다 할지라도 그를 해임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를 그대로 둔 것은 용기가 부족해서도, 단순히 복잡한 상황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당시의 모든 상황과 개인적 감정에도 불구하고 고든이 이 나라 최고의 재무장관이었기 때문이다.

 

-P.756-

 

 

3.

 

 토니 블레어는 일반적인 정치 회고록과는 다른 책을 쓰고 싶었다고 이야기 하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이지만 역시 '자서전'이 지니는 치명적 약점을 지우지는 못합니다. 객관적 입장에서 자신의 정치 인생을 풀어 썼다지만 '시장과 기업의 권력 집중에 따른 빈부격차'등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에 불과한 말들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어찌보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도'는 이도저도 아닌 맹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에 대해 부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거릿 대처를 옹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복지'를 주장했던 그 역시도 결국 정치 현장에서는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양도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을 대학생들이 꼭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권장합니다. 적어도 그의 업적은 상식 선에서 비판 여부가 나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부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행동들과는 다른 양상이죠.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한국 정치계의 태도와, 언론 탄압은 단순히 창조경제를 부르짓는 것만이 정답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책을 통해 한국 정치계의 제 3의 길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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