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당시에 그것은 혁명적인
관찰이었다. 당시의 학자들은 주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로시가 생각했던 것은 관찰 대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즉, "부모가 된다는 것이 성인인 부모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이는 자기 엄마와
아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45년이 흐른 뒤에 지금 우리는 다시 이 문제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P.10-
1.
부모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아직 미혼인 저에게 결혼과 아이는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것들 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몇몇 친구들과 선배들은 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 그들만의
삶을 꾸려 나갑니다. 어쩔땐 그들의 안정적이고 정석적여 보이는 삶이 부럽긴 하지만, 과연 그것이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일까 생각해 본다면
의심이 듭니다. 결혼을 하여 아이를 가진 지인들은 그들의 삶이 없어졌다고 이야기 합니다.
일찍 결혼하여 아기를
키우는 친한 선배는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이며, 친구들과의 술자리, 심지어는 독서까지도
모두 포기하고
산다는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 무슨 낙으로
살아가냐는 질문에 선배는
그 모든 것 대신 아이가
웃고, 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새로운 취미며 즐거움이 된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생긴다는 것이 그만큼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일까
고민하던 중 한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많은 어른들은 사랑할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 사랑은 필요성과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가진 숭모하는 마음은 특별히
강력하다. 아이들은 현재 속에서 살고 있고 무엇을 하든 쉽게 용서를 받기 때문에 마음속에 분노나 원한을 담아 줄 정신적인 기제는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미취학 연령대의 유아들은 분노하지 않고, 무거운 가방을 매고 등교하지 않아도 되고, 조건을 따져서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냥
사랑한다. 그게 이 아이들이다.
-P.186-
2.
제니퍼 시니어의
책<부모로 산다는
것>을 보고
있자면, 부모가 된다는 것이 그닥 행복한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연구 사례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 아이들을 '낯선 사람'보다 먼 존재로
생각합니다. 수면부족, 만성피로, 사회적
접촉의 제한, 직작생활에 따른 충족감 및 소득의 포기, 낮과 밤이 없이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장시간의 노동, 임신 뒤부터 몸무게를 비롯한 외모
걱정 등 다양한 불안들이 부모들로 하여금 아이의 존재를 두렵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촉구하는 입장에 가깝지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이라는 문장은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앞서 제 선배가 이야기 했던 것과 그
의미면에서 같습니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라는 것 말이죠.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나의 자아와, 부모로서의 자아의 경계를 이야기 하는 '나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가사 노동에 대한 남녀의 역할분담에 관한 이야기 '조급한
엄마 야속한 아빠',
그럼에도 육아를 하면서 얻게 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소박한 선물',
아이가 자라면서 더욱 무거워지는 집중 양육의 부담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아이들이 더욱
오랜 기간 보호를 받게 되며 빚어지는 결과들에 관한 이야기 '사춘기 아이들' 순으로 각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갑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또한 우리의 삶을 보다 단순하게도 만든다.아이들에 대해서 져야하는 것이 너무도 많다. 또한 아이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많이 의존한다. 샤론이 말하듯이, 그것이 인생이다. 그것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삶이다. 거기에는 우리에게 깊은
충족감을 주는 어떤 것이 있다. 일리엄스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을 때 모성이 자기에게 존재론적인 의문을 건너뛸 특권을 주었다고 했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그녀가 가지고 있던 존재론적인 질문의 개수를 줄여 주는 데 모성이 도움을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날마다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자기가 왜 거기에 있는지도 알았다.
-P.434-
3.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렇듯 고통스러운 육아의 과정을 경험한다는 것은 여러 보도와 자료들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의미에 대해 죄의식을 느낍니다. '나는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일까, 왜 육아를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지?'라고 자책하는 부모들에게 책은 그 과정이 당연한 과정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모든 내용들의 결과가 6장인 셈인데요. 1장부터 5장까지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6장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결론을
도출한다는 것이 어쩌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육아의 과정은 내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서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면 이 결론이 이해가 됩니다. 아이를 키우며 왜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지라고 느끼는 분들과, 미래의 부모가 될
젊은 세대들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어버이날을 앞두고 책의 내용이 다시금 마음속에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