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영애의 만찬 - 한식 문화로 본 우리의 아름다운 음식 이야기
이영애.홍주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작가가 두고 간
기획안을 읽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대장금>을 하면서 궁중음식도 접해봤고 비빔밥 홍보대사로 재능기부도 해왔지만 '정작
우리 음식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별로 없었구나',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음식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다 보니 아이들 먹는 것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고, 한창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갈리기
시작하면서 음식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던 차였다. 때마침 찾아온 다큐멘터리 출연 제안에 두 달을 고심했다.
-P.
6-
1.
지난
2월 방영해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이영애의 만찬>. 아마 보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영애라는 배우와, 그녀를 통한 한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였습니다. 2부작으로 방영된 이
작품은 6개월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그 긴
기간동안의 수 많은 이야기들을
2시간 남짓한 영상 속에 담기란 쉽지 않은 일이였을 겁니다.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작품인 <이영애의 만찬>은
다큐멘터리에서 채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아니던가? 전복같은 해물이며 복숭아처럼 쉬 물러지는 과일들을 보관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할머님은 그런 재료들을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책에 담아두셨다. 책에 담긴 것이 어디 지혜뿐일까? 할머님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구절도 있다.
-P.56-
2.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 하도 많이 들어 어느새 익숙해졌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단 '한식'의 역사와 그 전통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으니까요. 바쁜 일상속에서 한식은 건강하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꺼리게 되는 메뉴입니다. 여기에 세계화의 추세로 다양한 국가의 음식들이 들어오면서 '한식' 기피 현상은 더욱 심각해져 갑니다. <이영애의
만찬>은 이러한 현
세태 속에서 한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한국인이 한식을 아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서술은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책은
한식의
중요성과 건강적 우위에 대한
설명대신, 역사와 그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한식이 단순히 번거롭고
호화스러운 상류층만의 전유물이
아니였으며, 상하 계층간 왕복을 통해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레시피 등을 소개하며 음식이 단순한
식(食)의 개념이 아닌
문화의 개념이였음을
우리에게 시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인에게
음식이란 단지 배를 불리고 입을 즐겁게 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밥은 먹었어?"라는 말로 인사를
건네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도, 화해를 시도할 때도, 또 좋은 일을 축하할 때도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로 대신한다.
한국인에게 밥이란, 그리고 밥을 함께 먹는 행위란 여러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본질은 같다. 기쁘고 슬프고 화나거나
섭섭한 마음조차도 나누자는 것이다.
-P.87-
3.
이러한 한식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사람이 '배우 이영애'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였습니다. <대장금>의 히어로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 배우 이영애. 그녀의 결혼 이후 소식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워 하는 팬들이 많았을 텐데, 이렇게 한식과 관련된 프로그램과 책으로 배우가
아닌 두 아이의 엄마 이영애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낯설면서도 반가웠습니다. 한식의 뿌리를 찾기
위해 중국의 동북 삼성과,
몽골 등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여 음식 문화를 경험하는 열정과, 이웃들을
초대해 한식을 대접하는 모습. 다양한 모습들을 다큐에서 만나 볼 수 있었는데요. 아마 배우 이영애가 아니였다면 연출해 낼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가시는 길에 한 분
한 분이 내게 건네주신 덕담과 격려는 내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난 내 자신을 잘 안다. 나는
'한식 세계화'라는 무게를 짊어질만한 그릇도 못되고, 그 선봉에 서기엔 부족한 점도 많다. 단지 만찬을 통해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면,
그 것으로 충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P.226-
4.
얼마전 충격적 비쥬얼의
김치 칵테일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런 끼워 맞추기 식의 한식 세계화가 아닌 정말 외국인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한식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한식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김치라는 한국의 음식을 알리자는 사고에서 벗어나, 한국인들도 몰랐던
다양한 한식 문화를
발굴하고 그 기원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체험하는 등의 방법등이 있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이영애의
만찬>은 한식
세계화를 위한 진정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식의 역사와 그 아름다움을 느껴 보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
<이영애의 만찬>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