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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ㅣ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너 그거 아니?
옛날에 운석이 지구로 날아와 충돌할 거라는 헛소문이 돌았을 때, 어떤 종교집단은 전원이 동시에 제자리 뛰기를 했대. 지구의 위치를 운석의
궤도에서 조금이라도 비껴나게 하려고 말이야. 미래는 노력으로 바뀐다, 이 말이야."
-P.31-
1.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절묘하게 그려내는
이사카 코타로. 그의 대표작은 아마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이사카 코타로'스럽다고 평가 받는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영화를 먼저 접하고 읽었던지라, 더욱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가볍습니다. 무척이나
유쾌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도 녹아 있지요.
얼핏 작품은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주인공들의 능력을 보자면 비현실적임이 틀림 없습니다. 현실에 있을법한 비현실적 인물들. 그들이 펼쳐 나가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주인공들의 소개가 무척이나 정리가 잘되어 있어 인용해 봤는데요.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나루세]
갱의 리더. 타인의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인간 거짓말탐지기. 그 특이한 능력 덕분에 연애에 실패한 아픈 과거도 많다. 평소에는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성격은
지극히 침착냉정, 용의주도하며 마치 ‘세상살이에 대한 해설서’를 혼자만 읽고 있는 듯 항상 앞일을 정확하게 내다본다. 헤어진 아내와의 사이에
자폐증에 걸린 사랑스러운 아들 다다시가 있다. 인간은 원래 거짓말을 하는 생물이라고 달관하고 있기 때문에 외면적으로는 쿨하게
보인다.
[교노]
나루세의 오랜 친구.
멈추지 않고 솟아나는 샘처럼 끊임없이 말을 자아내는 연설의 달인. 복싱선수 출신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도리에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이야기로 사람들을 황당하게 하지만, 본인은 모두가 감동하며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 대부분은 엉터리이기 때문에 때로 진짜
이야기를 해도 주위에서 믿어주지 않는 일도 많다. 사랑하는 아내 쇼코와 함께 카페를 경영하고 있지만, 그가 만든 커피는 맛없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구온]
동물과 자연을 더없이
사랑하는 동물애호가이자 소매치기의 천재. 그의 머릿속에는 '동물>인간'이라는 명확한 우선순위가 확립되어 있다. 순수 청년 같은 느긋함과 우아함을
갖추고 있다. '수입'이 들어오면 항상 뉴질랜드에서 양과 느긋하게 노닌다고 한다.
[유키코]
어떤 때에도 멈추지
않는, 오차율 0%의 정확한 체내 시계를 타고난 여성. 덕분에 '작업'시에는 도주를 담당한다. 젊었을 때부터 도난 차로 밤이면 밤마다 드라이브를
했었던 만큼 그녀의 드라이빙 테크닉은 으뜸이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과거를 가졌지만 지금은 아들 신이치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평상시에는 평범한 회사에서 계약직 파견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출처 :
[YES24]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잘난 척하면서 혼자 판단해버리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거야. 나루세 너는 달라. 책임감도 있고."
리더가 할 일은
'결단 내리는 일'과 '책임지는 일' 두 가지뿐 이라는 게 유키코의 생각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정치가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사항일 것이다.
부모라고 다르지 않다. 물론 갱들의 리더는 말할 것도 없다.
-P.156-
2.
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네 명의 유쾌한
갱스터가 벌이는 은행털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텐데요.
'이사카 코타로'만의
색깔을 입혀 뻔한 이야기가 아닌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합니다. 리더인 나루세는 철저한
계획을 통해 범죄를 계획합니다.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여 은행을 터는데 성공하는 주인공들. 하지만 그들의 생각처럼 상황이 흘러가지 않습니다.
계획에 없던 사고가 발생하며, 훔친 돈을 다른
갱들에게 빼앗기고 마는데요. 그들은 빼앗긴 돈을 다시 찾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구상합니다.
책은 주인공 개개인들의
사연에 무게를 실고 있지 않습니다. 어떠한 사연으로 은행을 털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현장 중심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대개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결말을 도출하는데 있어 억지스러운 과거사를 집어넣곤 하는데요.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경우 이러한
내용들이 없어 억지스럽지 않은
가벼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의 짧막한
단어들을 사전적 정의를 인용해 보여주며, 각 장의 성격을 미리
알려주는 부분도 인상적이였는데요. 미리 뒷 내용을
유추해보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은 반전에 마주하는 재미도 책을 읽는 새로운 즐거움이였습니다.
당시 각자가 다른
이유로 돈이 필요했었다. 은행을 털 계획을 서로 나누게 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일행들은
10시간의 감금과 불쾌한 인질체험으로 평상시와 같은 심리상태는 아니었으며 스트레스 또한 받고 있었을 터였다. 나루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털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진지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P.225-
3.
왕따 문제, 살인을
가볍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모습,
부모로서의 책임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버무려져 있다지만,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기 보다는 '이사카 코타로'식의 이야기에 무게를
실고 있습니다. 때문에 더할나위 없이 유쾌하고
가벼운 책이였습니다. 쉽게 읽히고, 쉽게 휘발되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즐거운 작품이요.
작가의 다른 작품인
<마왕>,
<피쉬 스토리>의 경우 <오 파더>,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작품들 입니다. 아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한편이라도
읽었다면, 그의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나른한 봄날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책으로 기분전환을 시도해 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