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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사랑은 기다림이다. 서로 온도와
속도가 다르다고 조바심 낼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와 비슷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 사랑이 걸어오고 있을지라도 어서 달려오라고, 어서 뛰라고
재촉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을 향해 미소를 보내며 기다려주는 것, 인내를 가져야 꽃피우는 것,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P.65-
1.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낫다'는 카피 문구가 무척이나 와닿았습니다. 얼마전 <사랑의
역사>를 읽으며 그 사랑의 달콤
쌉싸름함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사랑의 대부분은 짝사랑이였습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는
것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것의 우울하면서도 고독한 감정이 사춘기 시절 내가 동경하던 사랑의 이상이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사랑에 있어
항상 약자의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그것이 주는 찌질함과 우울이, 타인들에게 감성적이고 숭고한 무엇처럼 보이기를 희망했기
때문일 겁니다. 어느정도 성숙해진 후 그때를 되짚어보면 전 무척이나 유치했습니다. 제가 사랑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닐겁니다. 헤어짐의
순간이 무척이나
아팠으니까요.
그때의 전 무척이나 미숙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의
실패를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며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그 끝을 인정하고 시작했던 과거의 연애와 달리, 지금은 그 순간
순간의 행복함에 감사하며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헤어짐의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의 삶이 무척이나 힘들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후의 사랑에 있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과감하게 사랑의 감정에
몸을 맡길 겁니다.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나으니까요.
빈티지와인처럼 시간과 함께 연륜이
생기면 상처 가득한 사랑도 추억으로 회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눈을 치우면 또 눈이 내리듯이, 치워도 치워도 눈은 또 내리듯이 그렇게 사랑은
온다. 우리는 눈을 치울 때 힘들어하다가도 다음 눈이 내릴 땐 환호성을 지른다. “함박눈은 무죄” 라고 고은 시인이 말했다. 사랑도
무죄다.
-P.
129-
2.
송정연의 <당신이 좋아진 날에>는
사랑을 하며 행복한 순간, 끝내 이뤄지지못한 아픈 이별, 과정은 힘들었으나 결국엔 이루어진 사랑등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습게도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들 속
주인공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의 사랑을 평가 했습니다. 결혼을 한 사랑만이 성공한 사람인
것 마냥 말이죠. 사랑에 과연 성공이 있는 것일까요. 성공의 기준이 결혼이라면 결혼에 이르지 못한 사랑은 모두 실패한
사랑일까요.
어느새 20대 중반이 된 나 또한
지난 사랑의 여러 추억이 있습니다. 그 사랑이 내 생각과 달리
끝나버렸다고 그 끝을 새드엔딩이라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요. 사랑한다는 것은 아픈 기억조차
행복한 기억으로 남고 사랑으로 인한 상처조차 나중에는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사랑의 기억은 웃었든 울었든 인생을
더 충만하게 해주니까요. 책은 그 사소하면서 인정하기 어려운 진리를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결국 쓸모없는 사랑은
없다구요.
성숙해진 뒤에는 여름 바다보다 가을
바다와 겨울 바다의 진가를 알게 된다. 바다는 버려진 뒤에 더욱 아름답기 때문이다. 바다의 본색은 그럴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헤어진 다음 울고
회상하고 반성하고 미워하다가 겸허해지는 친구들을 보면서 헤어진 다음에 영혼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너무 작가적 관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들이여,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이 진정한 인생의 진주라고 하지 않는가. 당신은 눈물이 아니라 진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 진주는 목걸이가 될 때까지 아픔들을 겪을 때마다 성숙해지기에 아름답다.
-P.
141-
3.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들이였습니다. 아마 수많은 사연들을 접한 라디오작가의 경력이, 수 많은 사랑들 속 우리에게 인상적으로 남겨질 이야기들을 선택했기
때문일 겁니다. 아픈 사랑이라고 쓸모없는 사랑은 아닙니다. 인용한 구절처럼 흘린 눈물이 진주 목걸이가 될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짧은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할 때까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사랑에 데인 사람들에게는 제가 그랬듯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시간이 지난 뒤 추억할 수 있는 사랑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