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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ㅣ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일요일에 그 술을 조금 마시고는 늪에 핀 백합 한 송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손바닥에 그 꽃을 올려놓고 황금빛의 정교한 꽃받침을 살펴볼 때 갑자기 그의 마음속에 고통처럼 날카로운 향수가 일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눈을 들어 1월 한밤중의 하늘에서 차갑고도 신비로운 광휘를 보고는 문득 자신의 왜소함에 대한 지독한 공포로 심장이 멈추어 버리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미스 아밀리아의 술을 마시면 이런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고통을 느낄수도, 기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 이 경험들이 보여 주는 것은 진실이다. 그 술을 마시면 영혼이 따뜻해지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P.23-
(스포 有)
1.
'제 눈의 안경'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정말 쟤는 못생겼다 싶은 친구지만 사랑에 빠진 그의 애인은 원빈 장동건 보다도 그 친구가 멋지다고 이야기 합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이게 무슨 호랑이 채식한다는 소리냐 싶지만, 사랑이 주는 콩깍지가 무척이나 달콤해서인지 당사자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합니다. 이렇듯 사랑은 무척이나 주관적이고 개인적입니다. 그 취향에 있어 공통적으로 선호되는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 시각에서 사랑을 시작합니다.
'윌리엄 포크너'와 더불어 미국 남부 문학을 대표하는 '카슨 매컬러스'의 사랑론은 바로 이런 사례에 기반합니다. '사랑의 가치나 그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는게 그녀의 지론이지요. 그녀는 사랑이 신비로운 이유는 사랑이 서로 주고 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 떄문이라 주장합니다. 고통을 수반하고, 외로움을 심화 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입니다. 이러한 사상은 그녀의 작품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요. <슬픈 카페의 노래>는 무척이나 기괴한, 우리가 그로테스크 하다 말하는 인물들의 엇나간 사랑이야기 입니다.

아밀리아가 서 있는 자리에는 난로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비치고 있어서 그녀의 기다랗고 거무튀튀한 얼굴이 다소 밝아 보였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고통, 당혹감, 그러면서도 불확실한 기쁨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평상시처럼 그렇게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도 않았고, 종종 침을 삼키기도 했다. 피부는 창백해진 듯했고,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큰 손에서는 진땀이 나는 듯했다. 그날 밤 그녀의 표정은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 눈은 피안을 향하고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표정, 바로 그것이었다.
-P.45-
2.
주인공인 미스 아밀리아는 무척이나 억센 여자입니다. 평범한 여성들과 달리 남자 같은 덩치에 힘도 세고 싸움도 잘하는 아밀리아는 소송걸기를 좋아하며, 재 때 돈을 갚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쳐들어가 돈이 될 만한 걸 무엇이든 가지고 나오는 지독한 여자입니다. 모든일을 잘하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서툰 그녀에게 어느날 낯선 손님이 찾아옵니다. 자신을 아밀리아의 이종 사촌지간이라 주장하는 꼽추 ‘라이먼’. 사람들은 그가 아밀리아에게 어떻게 곤욕을 당할까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쳐다보지만, 생각외로 아밀리아는 라이먼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활발한 라이먼은 혼자 살던 아밀리아에게 삶의 활기를 되찾아 주는데요. 얼마 뒤 아밀리아에게 테이블을 놓고 술이나 음료를 파는 카페를 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라이먼 말이라면 무엇이든 듣는 아밀리아는 곧 카페를 열고, 그 카페는 마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마을 명소가 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밀리아와 전남편 마빈 메이시가 가석방된 뒤 마을에 나타납니다. 마을의 악인이였던 그는 한때 아밀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개과천선해 아밀리아와 결혼까지 했지만 얼마 뒤 아밀리아에게 쫓겨납니다. 전 재산을 바쳐 사랑했지만, 이유 없이 쫓겨난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범죄의 늪으로 빠지고 마는데요. 그렇게 교도소에 갇혔던 마빈이 복수심을 가득 안고, 아밀리아 앞에 나타난겁니다.
한편 라이먼은 거칠고 위협적인 마빈을 바라보는 순간 사랑에 빠집니다. 누가봐도 악인인 마빈을 동경하고 따라다니며 아밀리아를 멀리 하지요. 그렇게 가까웠던 라이먼이 자신을 멀리 하면서 다시 혼자가 된 아밀리아는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짓밟는 마빈과 결국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됩니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증조할아버지가 되어서도 20년 전 어느 날 오후, 치허 거리에서 스쳤던 한 낯선 소녀를 가슴에 간직 한 채 계속해서 그녀만을 사랑할 수도 있다. 목사가 타락한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 사랑 받는 사람은 배신자일 수도 있고 머리에 기름이 잔뜩 끼거나 고약한 버릇을 갖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랑을 주는 사람도 분명히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지만, 이는 그의 사랑이 점점 커져 가는 데에 추호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
...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P.50-
3.
이야기는 아밀리아 - 라이먼 - 마빈의 어긋나고, 기괴한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비극적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카페의 노래는 슬프게도 더이상 울려 퍼지지 않고, 아밀리아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사랑은 두 사람의 공동경험 이지만, 그 공동 경험이 항상 같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과 생각이 항상 같을 수는 없을테니 말이에요. 엇갈린 그들의 사랑은 이러한 '매컬러스'의 사랑론을 더욱 공고히 합니다.
기이한 인물들의 기이한 사랑. 작품을 만들어낸 '카슨 매컬러스'의 삶을 살펴보면, 그녀의 사랑 역시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 지망생인 '리브스 매컬러스'와 결혼했지만, 작가로서의 재능이 부인에게 뒤지고 항상 그녀의 그늘에 살아야 했던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평탄치 못했습니다. 둘은 각자 동성의 애인을 사귀어 이혼하기도 하고, 다시 재결합 하기도 하며 애증의 관계를 유지했는데요. 작품에 드러난 그녀에 사랑관은 아마 그녀의 삶에서 연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의 모습은 무척이나 다양하다고 다른 책을 설명하며 이야기 했던것 같습니다. 사랑의 모습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그 방식과 결과까지 사랑이라는 범주안에 담아 넣는다면 아밀리아의 사랑 역시 우리가 함부로 평가할 수 없을겁니다. 사랑은 항상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기괴한 인물들의 사랑 속에서 사랑의 오묘함을 다시한번 생각해 본 작품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