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즉 이 서양식 건물은 주택가 속에 완전히 매몰된 것이다. 이래서야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차라리 도시 안에 점점이 흩어진, 사방이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신사나 무덤을 찾아내는 편이 간단하겠다. 수수께끼는 풀렸지만 더 큰 의문이 떠올랐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폐가 같은 집은 이 부근에도 몇 채인가 있다. 하지만 이것과 같은 상태에 처한 집은 본 적이 없다. 마치 이 집 자체를 가둔 것처럼, 마치 이 집을 통째로 봉인하기라도 한 것처럼 집으로 집을 숨겼다.

 

-P.38-

 

1.

 

 유령이 나온다는 집의 소문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는 흔한 괴담입니다. 유럽의 서양식 저택에서도, 한국의 기와집에서도, 현대인들의 주거지 아파트에서도 유령이 출몰한다는 이야기는 쉬이 들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집이라는 공간이, 희미하게나마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 특정한 기운이 되고, 그 기운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럴싸한 이야기로 재탄생 되는 것이죠.

 

 미쓰다 신조의 <기>은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작가시리즈'입니다. '도조 겐야' 시리즈로 푹 빠져버려, 이 작품 역시 꼭 읽어봐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출간되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읽게되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와 '호러'의 융합을 지향하는 작가의 기본 마인드는 '도조 겐야'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 구조에 있어 무척이나 난해합니다. 일단 작가 본인인 '미쓰다 신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본인의 상황을 캐릭터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잡지에 기고를 하고 있다는 것과, 그가 집필하고 있는 작품이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모두 실제 '미쓰다 신조'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설 밖의 작가 미쓰다 신조, 소설 내의 작가 미쓰다 신조, 소설 내의 미쓰다 신조가 지은 작품은 얽키고, 설켜 무척이나 어지럽게 느껴집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집에 얽힌 비밀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하고, 두렵게 만듭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확실히 소설을 쓰다 보면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번에도 그렇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연재를 하면서 점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쓰면 쓸수록 어쩐지 들어가면 안 되는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꺼림칙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한 줄 쓸 때마다..... 한 문단을 쓸 때마다..... 한 회 분량을 쓸 때마다.....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곰팡이나 잿물 같은 것이 서서히 몸에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최근에야 겨우 그 곰팡이나 잿물 같은 것이 사실은 공포라는 감정이 아닐까, 하고 깨닫기 시작했다.

 

-P.169-

2.

 

 미스터리 잡지의 편집자이자, 아마추어 작가인 미쓰다 신조. 어느날 그는 지인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미스터리 계열 문학상에 응모했냐는 물음에, 그는 계획은 있지만 아직 응모는 하지 않았다 답하는데요. 전화를 건 상대는 '미쓰다 신조' 본인의 이름으로 응모한 작품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누군가의 장난이려니 넘어가지만 이는 소름끼치는 사건의 전초전에 불과합니다.

 

 평소 서양식 저택에 관심이 많았던 '미쓰다 신조'는 새로운 작품의 구상을 위해 '인형관'으로 이사를 합니다. 주택가에서 완전히 매몰된 듯 보이는 집은 무척이나 오싹한데요. 호러소설을 집필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장소를 만난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형관에 얽힌 끔찍한 사건을 전해듣게 됩니다. 한 건축학 교수에 의해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그대로 옮겨온 집은, 네명의 일가족이 일가족이 참살당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이 옮겨진 후에도 그 비극은 계속 이어져 이후에 살게된 다른 가족들 역시 끔찍한 죽음을 맞는데요. 그 집의 현재 주인이 바로 '미쓰다 신조'인 겁니다. 집에 대해 알면 알수록 기이한 일들은 더욱 빈번히 발생합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소설속 인물과, 자신이 처한 상황이 묘하게 맞아 떨어져감을 느끼게됩니다.

 

 

 

어째선지 가족 네 명만 살고, 어째선지 7이라는 주기와 관련된 해에, 어째선지 낯선 청년이 한 명 나타나, 어째선지 일가족을 참살하고, 어째선지 막내아들만 살아남고, 어째선지 그 소년은 정신이 이상해지고,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런 무대가 펼쳐진 불길한 집에 미혼 남자가 들어오고 말았다.

 

...

그렇게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마침내 기준에 맞는 가족이 이사를 왔다. 이후 7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참극은 두 번 되풀이 된다.

 

-P.292-

3.

 

 사실 읽기가 편한 책은 아닙니다. 시점은 정신없이 바뀌고, 전문적이기에 낯선 동인지와,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무척이나 독창적입니다. 반복되는 시점에 조금만 적응하고 나면, 서서히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어느순간 그런 낯섬이 현실과, 소설 속, 소설 속 또다른 이야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가는데요. 그 환상적인 세계에서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공포는 그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없어 더욱 소름끼칩니다.

 

 사실 어떤 이야기던, 열린 결말보다는 작가의 견해가 반영된 하나의 뚜렷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기관>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0점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무엇하나 뚜렷하게 드러나는 바가 없으며, 결말조차 어느곳 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읽는 내내 참으로 무서웠습니다. 생략과,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는 '인형관'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더욱 두렵게 느껴집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속 이야기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한 이야기는, 설득력은 부족했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최고였습니다. '작가 시리즈'의 다음이야기가 더욱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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