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 : 파스텔뮤직 에세이북
파스텔뮤직 지음 / 북클라우드 / 2012년 10월
평점 :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 / 파스텔 뮤직
청춘의 순간은 짧고 그렇기에 돌이켜봤을 때 아름답다. 뿌연 안개에 싸인 듯 한순간도 정확하지 못한 청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어났다가 소멸된다. 파랗거나 빨갛지 않고 푸르스름하거나 불그스름한, 딱히 명명할 수 없는 감정과 감정의 사이. 그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만이 젊음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이다.
십 년 동안 우리는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는 청춘들과 어떠한 교감을 시도해왔을까. 시도는 성공했을까, 혹은 실패했을까. 그러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스치는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해보고자 한다.
-P.23-
1.
음악이라는건 참 신기합니다. 힘들때 들으면 어쩜 그렇게 내 기분을 잘 이해해 주는지, 주변 사람들의 빈말치례 위로보다 한곡의 음악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그런 노래들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파스텔 뮤직'의 노래들입니다. 대형 기획사의 획일화된 음악이 아닌, 독립적인 개인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인디밴드'라 부르는데요. 대표적인 인디가수 요조, 타루, 에피톤 프로젝트, 짙은 등의 레이블이 '파스텔 뮤직'입니다.
그들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달달한 멜로디는 우리의 청춘과 무척이나 가깝습니다. 때로는 가사가 없이 기계음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의미없는 구절의 반복이 계속되기도 하지만 그런 화려하지 않은 잔잔함이 우리내 일상과 무척이나 잘 맞아 떨어집니다. 나만의 BGM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것 같네요. 이런 보물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저 혼자서만 알고 싶지만, 이제는 인디밴드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그들의 노래는 대중에게 가까워 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청춘을 이야기하고, 그 모습과 가깝습니다.

수많은 뮤지션들과 계속 함께할 순 없다. 실제로도 계약의 종료, 해체 등으로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겪었다. 우리가 주고받는 언어가 같은 한국말이라 할지라도 다른 의미들로 해석될때도 있고, 원하는 것만큼 성취되지 않을 때는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나아가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이는 종종 겪는 일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꽤나 민감하면서도 마음 아픈 이야기일 때가 더 많다. 그것을 음악 팬들이 멀리에서나마 감지할 뿐이지만 이제 꺼내보려고 한다. 그래야 그 빈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또 다른 파스텔의 10년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테니까.
-P.87-
2.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는 '파스텔 뮤직'의 10년을 담은 에세이집 입니다. 수많은 인디밴드들이 그들과 함께하고, 또 헤어졌습니다. 책에는 그들과의 뜨거운 감정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흔히 들어봤던 음악들의 주인공들이 소탈한 모습으로 책에 등장하는게 신기했습니다. 책은 단순히 '파스텔 뮤직'의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습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파스텔 뮤직'을 만들어갔던 그리고 만들어가는 주인공들의 에세이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처럼 청춘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무척이나 공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특히 최근에(2012년 6월) 나온 앨범 '낯선도시에서의 하루'는 베트남의 도시들을 이동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였는데요.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은 그 음의 조화속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차세정이라는 보컬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무척이나 좋았는데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에 그의 에세이가 실려 있더군요. 프라하와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며 써나간 수기를 쫓아 앨범의 노래들을 따라 들어봤습니다. 그의 기억과 나의 기억에 '청춘'이라는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었던것 같이 기분이 묘했습니다.

말로는 해결 못할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고. 기록되고. 착상되고, 목적이 생기고, 구체적인 계획들이 그려지고. 흔들리지 않게. 그렇게 오랜 시간 만들어나갔다. 나의 여행이, 노래가, 혼잣말이. 어떻게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바라는 것은, 오래 들어도, 늘 한결같은 음악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것. 누군가의 새벽, 그 어느 한곳에, 위안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187-
3.
우리는 꽤 오랜시간 음악과 함께합니다. 지하철을 오가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노래들이 내 머릿속에 기억됩니다. 하지만 그런 노래들 중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노래는 과연 몇곡이나 될지 생각해 봅니다. 아이돌 그룹의 섹시하고, 멋진 안무와 노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래들 탓에 나만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묻히는 것은 싫습니다. 인디밴드들의 애정 넘치는 음악들을 계속해서 듣고 싶습니다. 나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그 노래들을 말이죠.
내가 알수 없었던 뮤지션들의 감성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타루의 조금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세상도, 파니핑크의 감성적인 글귀도 마음 깊숙이 자리잡았습니다. 블로그에서 들리는 짙은의 잔잔한 목소리가 무척이나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늦은 밤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음악들과 책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