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죽어야 한다 블랙 로맨스 클럽
엘리자베스 챈들러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여배우는 죽어야 한다 / 앨리자베스 챈들러

 

 

내 주위가 마치 무대 조명을 파란 젤로 덮은 것처럼 차가운 색으로 밝아졌다. 단어들이 머릿속에 갑자기 떠올랐고, 마치 전에 수없이 말해 봣던 것처럼 그 대사들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오 시간이여, 내가 아닌, 그대가 이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이다. 내가 풀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매듭이니.

 

-P.18-

 

1.

 

 제 고등학교 친구중 한명은 자매가 친구처럼 무척이나 가깝게 지냅니다. 함께 쇼핑을 하고, 밥을 먹는것은 기본이요. 남자를 만나러 클럽에 갈때도 함께 간다 하더군요. 밑에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지만 대화가 거의 단절수준인 저에게는 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형제 사이에는 뭔가 서열이 상하 수직구조로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자매 사이에는 상하의 서열보다는 수평적인 평등한 구조가 많아 보입니다. 특히나 나이 터울이 얼마 나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가깝게 지내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과 실상은 참 많은 차이가 있을겁니다. 비슷한 생활환경에서,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살아왔기에 같은 옷에 욕심을 내기도 할 것이며, 심한경우 같은 남자에 마음을 뺐기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그 능력을 억제할 수 있을지를 알아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느끼는, 언니와 물리적 연결이 형성된 것들에 의해 유발되는 환상들은 내가 조절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했다. 언니가 앉았던 창가 자리, 언니가 즐겨 섰던 무대 위의 장소, 언니가 살해당한 장소의 그림, 그리고 지금, 그 망치. 입증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그 망치가 우리 언니를 죽였던 흉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P.175-

 

2.

 

 <여배우는 죽어야 한다>의 주인공 제니와 그녀의 언니 리자는 연극계 집안에서 태어난 절친한 자매입니다. 천상 배우처럼 보이는 리자와는 달리 무대공포증이 있는 제니는 언니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재능에 열등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리자가 제니에게 보내는 긴박한 메세지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제니가 받았을때, 리자는 차가운 시신으로 발겹됩니다.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이죠. 그녀의 죽음 이후 일년이 지났습니다. 제니는 언니의 기억을 지우고 안정을 찾기 위해 리자가 살해당한 연극 캠프에 찾아오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연쇄 살인범의 소행이라는 경찰의 결론과는 다르게 리자의 죽음의 원인이 다른데 있을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언니 리자의 남자친구였던 마이클, 리자를 짝사랑했던 폴, 제니의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진 워커 선생님 등 책속의 모든 인물들이 수상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두꺼운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들 처럼 말이죠. 모두가 범인과 같이 느껴지는 이 캠프 속에서 제니는 점점더 불안해져 갑니다.

 


 

 

 

"언니가 여기에 있는 거 알아. 언니는 항상 내 마음속에 나와 함께 있을 거잖아. 그렇지만 이제 자야겠어, 언니. 이번엔 좋은 꿈이야. 언니랑 나만을 위한 좋은 꿈."

 

-P.272-

 

3.

 

 사실 자극적인 제목과, 등에 문신을 한 채 분장을 하는 소녀의 관능적인 모습에 살벌한 공포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이야기가 강렬하진 않았습니다. 한가지에만 집중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너무 많은 소재들을 집어 넣어서인지 호러도 로맨스도 아닌 밍숭맹숭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김전일과 비교되어 많이 이야기 되어지고 있는것 같던데. 글쎄요 열려있는 캠프장에서 밀실의 묘미는 느끼지 못했고, 김전일과의 유사점을 찾자면 후반부에 생각지도 못한 비극적인 과거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이렇게 책의 평을 깎아 내리는데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번역의 힘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구글 번역기에 그대로 돌린듯한 어투는 읽는 내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경찰이 연쇄 살인마의 짓이라고 생각하길 바랐다면, 언니의 시체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리로 옮겨져야 했을 거였다.', '믿을수가 없구나. 무분별하고, 어리석고, 위험하기까지 한 짓이야. 허위 경보는 사람들이 다음에 알람을 들어을 때 재빨리 반응하길 망설이게 만들어' 등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의 번역에 화가 났습니다. <스타터스>때도 비슷한 이유로 읽는데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같은 번역가 분의 작품이라면 앞으로 구매하기 조금 꺼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 대해 안좋은 점만 부풀려 이야기 해버렸는데, 그런걸 감안해도 책은 재미있습니다. 일단 인물의 특징이 명확하고, 그 인간군상에 대한 착각이 깨지는 순간이 무척이나 짜릿합니다. 카피의 한 문장이 무척이나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십대들을 위한 오락소설 정도로 보면 딱 좋을것 같습니다. B급 영화같은 느낌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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