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포이즌 미도리의 책장 13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체인 포이즌 / 혼다 다카요시

 

 

나는 고독하다. 나는 미숙하다. 그러나 그걸 원점으로 삼기에는 나는 어느덧 나이를 먹고 말았다. 올해로 서른여섯이 된다. 서른여섯의 여자는 고독과 미숙을 창피하게 여길 수도, 원점으로 삼을 수도 없다. 고독하다, 미숙하다, 그렇게 인정해버리면 나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그렇기에 고독에게는 가면을 씌우고 미숙은 마음 한구석에 치워둔다.

스무 살의 나는 어땠더라?

 

-P.7-

 

1.

 

 '자살'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무척이나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하루에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우리내 사회에서 자살은 더 이상 특별한 단어가 아닙니다. 왠만한 죽음으로는 뉴스의 조그마한 구석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자살은 잔인하지만 무디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독을 느끼는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유독 자신만의 일이라 생각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사람들은 점점 가까워 지는 듯 보이는데 고독한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 이상한 사회 속에서 자살이 유일한 답인 것 처럼 목숨을 끊습니다. 목을 매고, 손목을 끊고, 지하철과 한강에 투신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럴 용기로 살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을 해보지만 이미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산 사람의 아쉬움일 뿐이죠. 타인의 삶의 영역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건 반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오래달리기 경주 중간에 아 힘들어 그만뛸래 하고 기권하는 것과 다를바 없으니까요.

 



 

 

 

이른바 체인메일이라 불리는 스팸문자의 일종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5일 이내 위험한 일이 생긴다는 그 말이 내 가슴에 불쾌한 가시를 박아놓았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는 없지만 그런 말을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발신하고 실제로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작은 가시가 됐다. 그 인간은 아마도 수많은 대중에 뒤섞여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평범한 생활을 꾸려나가겠지. 그리고 아마도 그 인간의 마음속에 죄책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 정도 죄 갖고는 아무도 꾸짖지 않는다. 지금쯤 그 인간은 자신의 소소한 장난에 히죽거리고 있을까. 아니, 그 정도면 그나마 낫다. 어쩌면 그 인간은 세상을 향해 행운을 발송했다고 진정으로 자부하는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무섭다.

 

-P.144-

 

2.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던 여인 '타카노 에쓰코'. 서른 여섯이 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다, 죽음을 결심합니다.  짧고도 긴 인생을 살아왔지만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예쁘지도 않고, 남들이 시키는 일만 군말없이 하는 자신의 모습은 조용하고 단조롭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이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은 참을수가 없습니다.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해 자신의 일상과 사진을 올려보지만 사람들은 반응이 없습니다. 자극적인 사진에만 반응하는 컴퓨터 속 사람들은 그녀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맙니다.

 

 그렇게 죽음을 결심하는 그녀의 앞에 수수께끼의 인물이 나타납니다. “1년만 기다려주신다면, 잠자듯 편안하고 감미로운 죽음을 당신에게 선물하겠습니다.” 라는 달콤한 제안에 그녀는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일년의 유예기간 후에 죽기로 결심합니다. 에쓰코는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다달이 나누어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위해 '백합의 집'을 찾게 됩니다.

 

 한편 주간지 기사 하라다는 '연쇄 독극물 자살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청각을 잃은 유명 음악가 '기사라기 슌', 잔혹하게 가족을 잃은 뒤 범인이 사형선고를 받으며 삶의 의미를 잃은 '모치다 가즈오', 평범한 직장여성 '타카노 에쓰코' 세사람은 모두 알려지지 않은 약물을 이용해 자살합니다. 얼핏 특별하지 않아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살이 예측되는 시기로부터 약 일년 뒤 목숨을 끊었다는 건데요.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하라다는 그들의 삶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아무 뜻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피곤해 죽겠는데 자신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사람이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했다면 다카노 쇼코는 살지 않았을까. 출퇴근길에 이따금 마주치는 이름도 모르는 이웃이 단순한 인사로 그치지 않고 날씨가 좋네요, 라고 한마디 더 말을 건넸더라면 다카노 쇼코는 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타인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현대 사회의 병폐, 이런 건가요?"

 

-P.224-

 

3.

 

 읽고난 뒤 작가가 좋아져 다른 작품들을 찾아봤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표지만큼이나 서정적인 문체도 좋았고,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저는 이런 종류의 트릭이 처음이였습니다) 충격적이였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고독한 사람에게, 혹은 그런 고독으로 삶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희미하게나마 빛이 될 책 같다는 생각을 해봤는데요. 자극적인 소재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일본 소설스럽게 자살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추리라는 요소와 버무려 맛있게 만들어 냈습니다.

 

 일본의 유명 출판사 고단샤가 100주년을 맞이하며 기념작으로 선정한 첫번째 이야기라고 하는데,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마 비슷한 내용과 트릭의 이야기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어서 일지도 모르겠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참신하고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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