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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섬 티오 - 제41회 소학관 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6
이케자와 나츠키 지음, 김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남쪽섬 티오 / 이케자와 나쓰키
"이 사진도 그림엽서로 만들어줄게. 그 엽서를 받는 사람은 반드시 널 만나러 올 거야. 이건 1년 한정이 아닌 무기한으로 해두자. 네가 나중에 어른이 돼서 정말로 좋은 사람이 생기거든 그때써. 언젠가 도움이 될 날이 올 거야."
-P.29-
1.
청소년 소설을 좋아합니다. 자기들만의 언어로 젠척하며 쓴 이야기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끝에는 여운까지 남겨주기 떄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남쪽 섬 티오>는 이러한 청소년을 위한 소설입니다.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는 각각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신기합니다. 현실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마법과 같은 이야기도 나오며, 아름다운 남국의 섬이 주는 자연의 경외로운 이야기도 속해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참 일본정서에 잘 맞는 책인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경 자체는 남국의 아름다운 섬이지만, 그 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처럼 신비롭습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정령과, 신들의 모습은 근엄하지만 인간과 다를바없이 속좁게 그려지기도 합니다. 자연을 신과같은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그 자연에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생활 곳곳에서 신을 모시는 일본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문뜩 해봤습니다. 아마 그런 정서상의 이유 때문에 일본의 교과서에도 실릴수 있었던 거겠죠.

아마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 후로 이 섬에서 신들이 인간에게 장난을 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초호에 모터보트가 달리고, 도로가 뚫려 차량이 늘고, 커다란 비행기까지 다니게 되자 섬이 너무 시끄러워졌다고 생각한 신들이 어딘가 다른 섬으로 가버렸는지도 모른다. 그건 모두가 카누를 타지 않게 된 것처럼 쓸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P.51-
2.
200페이지 남짓한 얇막한 책에 11개의 옴니버스식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장편인줄 알고 뒷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했는데 조금은 허무하게 끝이나버려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여운을 남기며 끝냈기에 이야기가 더욱 아름답게 남을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만 그런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이야기가 명확하게 끝이 난다기 보다는, 그 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여운속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그들의 뒷 이야기를 만들어 갈테죠.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책의 마지막에 실린 <에밀리오의 출항>이였습니다. 태풍으로 모든 시설이 파괴된 쿠쿠루이리쿠섬. 그곳의 주민들은 티오네 섬으로 피난을 오게 되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살아가게 됩니다. 그 사람들 속에는 주인공 티오 나이 또래의 소년 에밀리오가 있습니다. 티오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주지 않는 소년은 참으로 어른스럽습니다. 잊혀져가는 전통의 방식으로 고기를 잡으며, 카누를 만들어 갑니다. 반면 마을의 어른들은 정부의 지원에 나태해져 본인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지요. 이러한 상황속에서 에밀리오는 혼자 자신의 고향으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티오는 그의 굳은 결심을 남몰래 도와주지요.
자신을 도와준 보답이라며 티오에게 아름다운 세계의 소리를 들려주는 에밀리오.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는 티오의 질문에 에밀리오는 어른스럽게 대답합니다. "너희들, 그러니까 이섬의 사람들도 옛날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외국에서 물건이 들어오고 그런 것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모두 잊어버리고 만 거지."라고 말이죠. 아마 기계를 통해 만들어진 외국의 물건들은, 수작업으로 일일히 작업해야 했던 과거의 물건들보다 편리하게 얻을 수 있었을 겁니다. 점점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결국 전통적인 자신들의 문화를 잊어버리고 만 것이죠. 어쩌면 에밀리오는 그런 편리함에 안주하지 않은 전통의 마지막 파수꾼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인생에서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못 했을 때, 사람들은 되돌아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열네 살 소년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문제였다. 나는 단지 사람들에겐 제각각의 다양한 인생이 있고, 모두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엿본 기분이었다. 내가 아는 엘레나 할머니의 모습에서 젊은 마리아 씨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는 지프를 몰았다.
-P.166-
3.
책을 덮은 후에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떨리는 신비함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섬의 풍경을 직접 본것이 아니지만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이국의 아름다운 섬을 쉬이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여느 섬과는 다른 신비한 힘이 숨쉬고 있는 조금은 특별한 섬을 말이죠. 언젠가 제게도 그 섬에서 보낸 엽서가 한장 날라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짐을 꾸릴수 밖에 없는 그 마법의 엽서를 말이죠.
아름답고 특별한 이야기였습니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남국의 섬과, 그 섬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남쪽섬 티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