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리의 집
야베 타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사오리의 집 / 야베 타카시

 

 

지금 이렇게 있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죽고 있듯이, 그때 그 순간 나와 친했던 할머니가 이 나라 어디에도 없게 돼 버린 것이다.

 

-P.37-

1.

 

 작년 이맘때 와우북에 갔다가 한달치 월급을 송두리째 탕진하고온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자제하자 자제하자 스스로를 다짐했건만, 베트남 여행 후 자금난으로 자동적으로 자제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신용카드가 없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뭐 그래도 싸게 나온 책들이 많아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몇권 집어들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사오리의 집>도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꼭 한번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책이였는데요. 북홀릭 부스에서 40% 세일을 하고 있기에 고민없이 집어왔습니다. 

 

 일본호러소설대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매번 속아 책을 구매하지만 만족스러웠던 책은 <야시>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정서가 맞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만,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기괴함으로 가득한 책이였습니다. 사실 지금 이렇게 서평을 남기고 있지만서도 내가 무슨이야기를 써내려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차라리 내가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게 훨씬 우리내 정서에는 잘 맞겠다라는 생각도 들구요.



 

"응. 가족이 없으면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걸까? 신기하지. 정말 신기해. 가족이란 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꿈에도. 그런데 이 무거운 기분은 뭘까? 가슴이 후련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체 이 무거움은 뭘까? 신경이 쓰이다니, 이런. 이럴줄은 생각도 못했어. 뭘까? 혹시 가족이라는 건 소중한 사람이었던 건가? 그래서 이렇게 없어지고 나니 신경이 쓰이는 걸까?"

 

-P.95-

2.

 

 책은 평범한 듯 보이는 아이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할머니의 죽음이후 처음으로 방문하는 고모댁. 그곳에는 자신의 또래인 '사오리'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모와, 고모부에게 물어도 사오리가 없어졌다는 말만 할뿐 사오리의 행방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우연히 누군가의 손가락을 발견합니다. 이후 집안 곳곳에서 그로테스크하게 조각난 신체의 일부를 발견하지만 소년은 담담합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괴하고 음습합니다. 사오리의 행방에 집착하는 소년과, 그런 소년을 방광하는 아버지, 그리고 집의 주인인 고모와 고모부. 모두가 재정신이 아닌듯 보입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의 그림을 잡아내는 과정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할머니 머리가 놓여 있었다.

뒤집혀서 놓여 있었다. 뭐야, 똑바로 놓으면 잘린 부분에서 피가 흘러 냉장고가 더러워질까봐 그랬나? 그런데 수박은 보통 야채실에 넣지 않나?

입이 희미하게 벌어져 있었고, 머리카락이 상당히 짧아서 남자아이 같았지만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다. 귀는 없었고 눈구멍은 비어 있었다. 피부는 값비싼 멜론 색 같았다.

 

-P.165-

 

3.

 

 비슷한 분위기의 책이 있다 생각했는데 온다리쿠의 <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이였습니다.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일 겁니다. 물론 <사오리의 집>이 좀 더 충격적이긴 하지만요. 천천히 책을 음미하며 읽으면 더욱 무서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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