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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아줌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 산타 아줌마
"그런점에서 본다면 일본은 참 좋겠어요. 계속해서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하던데요."
지금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일본의 산타클로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다.
"그래서 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쓸쓸하기도 하지요. 더구나 요즘은 산타클로스를 진심으로 기다리는 아이를 찾아볼 수 없어요. 그만큼 꿈이 사라진 거지요."
-P.16-
1.
어릴적 제가 생각했던 산타의 인상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산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후한 외모에 흰색 턱수염을 잔뜩기른 노년의 백인 사내. 산타의 존재를 믿느냐 안믿느냐의 유치한 담론을 떠나 지금까지도 제게 남아있는 산타의 모습은 어릴적 생각한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왜 항상 산타클로스는 제가 묘사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걸까요. 분명히 제가 살고있는 한국은 아시아인데, 항상 산타는 백인의 할아버지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산타 할머니도 있을수 있고 피부색이 다른 아시아계, 혹은 아프리카계 산타도 존재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사실 책을 읽기전까지는 여기에 대한 의구심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성 니콜라스의 모습이 전래되어 오늘날 산타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다른 문화권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면 조금씩 이야기가 바뀔수도 있는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왜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산타의 모습은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을까요?

"왜 산타클로스는 남자가 아니면 안되나?"
-P.38-
2.
<산타 아줌마>는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화같은 이야기 입니다. 그동안 그의 작품들로 유추해봤을때 <산타 아줌마>라는 제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산타 아주머니가 펼지는 붉은 피의 향연과 같은 내용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어른 아이 함께 공감하며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 입니다.
이야기는 필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각국의 산타들이 모인 산타회의장. 그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정년 퇴임을 앞둔 미국 산타의 후임이 결정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과는 다르게 회장에 도착한 후임 후보는 여성인 '제시카'입니다. 각국의 산타들은 이런저런 산타의 규정과, 부성이 무시되는 현 상황을 이야기하며 산타는 남성이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곳에서 제시카는 자신의 이야기로 각국의 산타들을 설득시킵니다.

"요즘 부모들은 돈만 벌어다주면 아이는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어떻게 부모의 애정을 기대하겠나? 요전에는 어느 유치원에서 편지가 왔는데,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돈을 달라고 썼더군.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정말 말세야, 말세"
-P.45-
3.
세상은 인종차별, 성차별을 주장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상속에서도 이러한 차별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책은 단순히 여성산타에 대한 차별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꿈이 사라진 아이들의 현실부터, 저출산 문제까지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흘려놓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생각의 전환을 해볼 수 있는 책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미스터리물을 많이 내는 작가라고 동화같은 이야기를 쓰지 못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알록달록 예쁜 색깔로 꾸며진 귀여운 산타들의 이미지가 책의 재미를 한층 더해줬습니다. 크리스마스 즈음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