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걷다 - 몽블랑 트레킹
나두리 지음, 박현호 사진 / 책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알프스를 걷다 / 나두리

 

우리는 지천에 흐르는 빙하수를 마셨다. 그리고 이 물로 밥을 짓고 몸을 씻었다. 그래서 어디선가 우리 같은 트레커들이 하천 물을 마신다는 상상을 하면 세제나 샴푸를 쓴다는 것은 끔찍하게 여겨졌다. 세제나 샴푸를 쓰지 않고 지내는 고작 2주, 대체 무엇이 문제가 될 것인가. 이런 일상적인 습관과 상식에서 벗어나 보기 위해 알프스 트레킹을 떠나오지 않았던가.

 

-P.79-

1.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고모에게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고모는 모든 여행지가 좋았지만 설산으로 덮인 스위스의 융프라우가 가장 좋았다고 대답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서 살고싶다는 추가적인 코멘트와 함께요. 아마 그때부터 내 나름대로의 로망이 생겼던것 같습니다. 온갖 들꽃과 설산이 어우러진 알프스에서 요들송을 부르고 있을 하이디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관련된 사진을 스크랩하고,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슴 한구석에 품었습니다. 

 

2.

 

 사실 알프스를 스위스에 있는 봉우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요.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걸쳐있는 유럽 중남부의 큰 산계라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알프스를 걷다>는 이 알프스를 트레킹한 저자의 솔찍 담백한 기행문입니다. 흔히 유럽을 생각할때 트레킹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낯선 이국의 산이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겠지만, 거기에 드는 비용과 체력 그리고 시간 또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것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트레킹을 통해 얻은것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유럽의 중남부에 있는 큰 산계로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걸쳐있다.
[출처] 알프스 | 두산백과
유럽의 중남부에 있는 큰 산계로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 걸쳐있다.
[출처] 알프스 | 두산백과


 

정사각형의 물웅덩이에는 투명한 피래미들이 물속에 까만 그림자를 찍으며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는 누군가 기거했던 집터가 허물어진 채 폐허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집터는 사방을 조망하기 쉽게 꼭짓점에 위치하였으나 사계절 내내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나는 이곳에 살았던 누군가와 교감이라도 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폐허를 응시하였다.

 

-P.129-

 

3.

 

 40, 50대의 중년으로 구성된 멤버들. 직업도, 성격도 제각각인 5명의 사람들이 알프스 트레킹에 도전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산과 등산을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라는 말을 실감나게 이해하는 나이라는 것뿐. 그 중에서도 저자는 등산용품을 구하는 기준조차 없는 초짜중에 쌩 초짜 입니다. 어찌보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멤버들의 트레킹 여정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인물들의 색깔이 너무나 뚜렷하기에 발생하는 갈등들은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한 기분을 주었습니다.

 

4.

 

 하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이도 저도 아닌 여행 정보들은 조금 쌩뚱맞다는 생각이였는데요. 차라리 마지막 부분에 부록으로 묶어 놓았으면 더욱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맹맹한 문장 역시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였습니다. 여행 에세이라 하면 여행에서 보고 느낀점들이 함께 녹아들어가 독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시켜줘야 하는데, 사건 중심의 이야기들만 나와 있으니 공감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탑승구 근처에는 곱게 화장한 내 또래의 여자들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뿌듯한 표정으로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나는 큼직한 배낭과 투박한 등산화를 신은 차림이었다. 왠지 자유롭고 거침없는 삶을 살다 온 사람처럼, 때가 꼬질꼬질 묻은 남루한 나의 복장이 자랑스럽기까지 하였다.

 

-P.251-

5.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알프스 트레킹이라는 주제로 중년의 여성이 써내려간 독특함에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지와 함께 새로운것에 대한 시도를 과감하게 한 작가의 이야기는 어머니 세대의 도전을 보는것 같아 마음이 짠했습니다. 무거운 베낭을 메고 힘들어 할때는 함께 힘들었고,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을 볼때는 함께 즐거웠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탁 트인 알프스의 사진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줬는데요. 언젠가 알프스의 로망을 이루는 날 저자처럼 멋진 모습으로 사진속 땅들을 밟아 보고 싶어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