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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렘스 롯 - 상 ㅣ 스티븐 킹 걸작선 11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월
평점 :
살렘스 롯 / 스티븐 킹
예루살렘스 롯은 컴벌랜드 동쪽, 포클랜드 시에서 약 30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이 마을은 미국 역사상 황폐해져서 사라져 버린 첫 번째 마을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지막도 아닐 테지만 아마도 가장 기이한 마을에 속할 것이다. 유령 마을은 미국 남서부에 흔히 있는데, 거기에서는 풍부한 금과 은 광맥 주변에 거의 하룻밤 사이에 마을이 생겨 났다가 광석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곤 했으며 텅 빈 점포, 호텔, 술집들이 사막의 정적 속에서 공허하게 썩어 가고 있었다.
-살렘스롯 상권 P.18-
1.
최근 화제에 올랐던 신간 중 '시귀'가 있습니다. 변소누나의 끊임없는 격찬과 빵빵한 이벤트가 말초신경을 자극했지요. 그럼에도 쉬이 지갑을 열지 못한건 신간이라는 그것도 세트라는 부담감 때문이였습니다. 하 여름에는 피빠는 얘기가 최고인데. 고민고민 하던 저에게 네이버는 대안책으로 스티븐킹의 '살렘스 롯'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오노 후유미'의 <시귀>는 '스티븐킹의' <살렘스 롯>을 오마주한 책입니다. 동양과 서양 그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닮아 있다고 하더라구요.
2.
인터넷 헌책방에서 주문을 했는데 배송이 느린데다 책 상태도 좋지않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는데 표지를 벗겨보니 검은 곰팡이로 가득했고, 심지어 가운데 살짝 빈공간에는 거미줄이 쳐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악스러웠던건 거미줄 사이에 말라 비틀어진 벌레였는데요. 장갑끼고 깨끗하게 닦아냈습니다. 충격이 커서였을까요. 책을 다 읽고나서도 가장 소름돋았던건 바스러진 벌레의 형상과 촉감이였습니다. 으.....
저택은 흡사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앞쪽으로 기울어진 듯이 보였다.
...
지금 느끼는 두려움은 유치하고 환상적인 것이었다. 여기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었다. 그저 널빤지와 경첩과 못과 창턱같은 것들로 이루어진 집에 불과했다. 갈라진 벽틈마다 집이 내뿜는 하얀 숨결이 나오고 있다고 느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것은 한낱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했다. 귀신이라고? 그는 귀신같은 것은 믿지 않았다. 어쨌든 베트남 전에 참전한 뒤로는 그랬다.
-살렘스롯 상권 P.171-
3.
책은 전형적인 드라큘라의 성질을 현대에 맞게 재조명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티븐킹의 장편답게 묘사들이 굉장히 디테일 하다는것이 특징인데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세세한 묘사들이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기도 하겠지만, 짜증이 나있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디테일한 묘사는 지루함을 불러왔습니다. 그렇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상권에서 지나치게 배경의 도입이 길었다면, 하권에서는 막판 스파트로 정신없이 사건이 진행됩니다. 앞부분만 잘 극복한다면 뒷부분에서는 분명 흥미가 동하실 겁니다.
4.
메인주 살렘스 롯. 이야기는 작가 벤자민 미어스가 그곳으로 이사를 오며 시작됩니다. 어릴적 잊지못할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는 벤. 그 일은 마스튼 저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쳐버린 남자가 부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곳. 어린시절의 객기로 찾아간 저택에서 그는 끔찍한 관경을 목격합니다. 이후 어른이 된 그는 그 저택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저주받은 저택은 이미 다른사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발로우와 그의 대리인 스트레이커가 그곳에 골동품 가게를 차린겁니다. 마을의 분위기는 평온했습니다. 하지만 이방인들이 마을로 들어오면서 그 평화는 깨져버립니다.
어느날 친구네 집에 놀러가던 형제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형은 곧 돌아왔지만 병으로 죽고, 동생은 계속해서 행방불명입니다. 아버지는 관 속의 아들을 보고 오열합니다. 하지만 밤이 되자 죽은 아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서 말이죠. 그 후로 마을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갑니다. 그리고 점점 이상하게 변해갑니다.
"캄보디아 폭격이나 아일랜드 및 중동전쟁, 경찰 살해, 빈민가 폭동 같은 무수한 소악들이 매일같이 성가신 각다귀 떼처럼 온 세상을 활개치고 있소. 교회는 주술사의 구태를 벗고 사회적으로 좀 더 적극적이고 의식을 가진 실체로 재부상하는 과정에 있소. 따라서 고해실이라기보다는 도심의 범죄 박멸 센터 역할을 떠맡는 셈이오. 영송체송은 시민권 운동과 도시 재배발의 제2 바이올린이고 말이오. 이제 교회는 세상 깊숙이 두 발을 담근거요."
"마녀나 몽마, 흡혈귀 따위가 없고 아동구타, 근친상간, 환경 침해만 있는 세상을 의미하는 거죠?"
-살렘스롯 하권 P.178-
5.
뻔할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은 타고났습니다. 선악의 대립과, 한치도 눈을 뗄 수 없는 스릴 만점의 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드라큘라 이야기와는 닮은듯 다릅니다. 약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킹만이 보여줄수 있는 묘사력 때문일겁니다. 눈을 감아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야기는 한여름 밤을 서늘하게 만들어 줍니다. <시귀>역시 평이 좋던데 <살렘스 롯>과는 어떤점이 닮아 있는지, 또 어떤점이 다른지 벌써부터 궁금해 집니다. 아마 조만간 시귀를 질렀다는 포스팅이 올라올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