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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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다. 현재 콩고에서는 '제 1차 아프리카 대전'이라 불리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사망자 수는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많은 400만 명에 이르지. 정전 협정이 여러 차례 무너졌고 지금도 전투가 끝날 기미는 없다."

 

"이것은 실제 이야기다. 신물이나 텔레비전은 보도하지 않는데, 말하자면 보도 차별이다. 선진국 보도 기관은 아프리카에서 사람이 몇 사람 죽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현지에서 빈발하는 대학살보다 고릴라 일곱마리 죽은 사건이 더 크게 보도되는 형편이다. 뭐 확실히 아프리카인은 멸종 위기종이 아니니까."

 

-P.55-

 

1.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 나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방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과연 제가 1/10 이라도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구요.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리뷰를 작성하셨고,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더 상세히 남겨주셨습니다. 이웃인 훙치님은 '내가 꿈을 꾸었구나'라는 문장을 서평 제목으로 인용하며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보았다는 감탄사를 내뱉었고, 크롱님 역시 '인간은 무엇이든 제노사이드 한다'는 제목으로 '제노사이드'라는 단어와 인간의 잔혹함과 같은 주제의식에 대해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은 서늬님의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이라는 제목이였습니다. 맞습니다. 이 소설은 참으로 정의내리기 힘든 소설입니다. 방대한 양의 전문지식을 일반인들이 자연스레 소화시켜 나가며 즐겁게 읽을수 있게 만든것도 대단하며, 그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철학적인 질문을 슬며시 던져놓은 것도 놀라웠습니다.

 

2.

 

 소설에 있어 배경이 주는 중요성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 배경은 인물, 사건과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니까요. 하지만 이 배경을 자연스레 이야기 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교과서에 나열된 지식들처럼 1번2번 ....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독자에게 인식시켜야 하니까요. 전작인 <13계단>이나 <그레이브 디거>에서도 작가인 '다카노 가즈아키'는 배경과 사건을 어색함 없이 이야기와 잘 조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노사이드>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전형적인 문과 체질인 저에게는 수학과, 혹은 과학과 관련된 복잡한 이야기는 두드러기를 불러일으키는 과민적 요소입니다. 하지만 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 흐름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요. 그것에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는것이 정말로 신기했습니다.(물론 작가도 사람인지라 전혀 어색함이 없는건 아닙니다..)



 

 

자신이 사는 좁은 마을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을 열등하다고 단정해 버린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시나징'과 '조센징'이라는 말은 대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가?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사람들이 그런 모순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변변치 못한 머리인 것에 중학생이었던 겐토는 그만 질려 버렸다.

 

-P.170-

 

3.

 

 이 책을 이야기 하려면 먼저 '제노사이드'라는 단어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입니다. '제노사이드'는 국민, 인종, 민족, 종교 따위의 차이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창피하게도 이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종족은 인간입니다.

 

 세계를 움직인다는 백악관에 새로운 정보가 전달됩니다.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신 인류가 아프리카 콩고에 등장했다는 정보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번즈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즉각척인 처리를 이야기 합니다. 그렇게 신 인류를 없애기 위해 네 명의 용병이 현장으로 투입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생각외의 외모를 지닌 어린아이 입니다. 신인류 보호하는 남자는 자신을 피어스라 소개하며 윗선의 비밀스럽고도 잔혹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학살을 피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나갑니다.

 

 여기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범한 약대생 겐토. 아버지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 메일 한 통을 받게 됩니다. 발신인은 겐토의 아버지인데요. 그는 겐토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부탁하며 조만간 찾으러 가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메일을 따라가게 되면서 겐토는 자신을 쫓는 위협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있는 일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알게됩니다.

 

 책은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벽하게 만들어 냅니다. 201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두가지의 이야기가 날줄과 씨줄처럼 빈틈없이 맞춰지는 스릴과 궁금증에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현 정권뿐만이 아냐. 나는 권력자가 싫네. 그놈들은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쳐. 더 나아가 나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싫다네."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P.472-

4.

 

 이야기는 무척이나 스릴있게 진행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인간의 잔혹함이 너무나 무거워 몇 번이고 책을 내려놨습니다. 왜 그리도 인간은 잔혹한 걸까요. 학교에서 문화의 상대성을 가르치면서 왜 정작 본인들은 누군가를 차별하고, 국제적인 문제들을 나몰라라 하는걸까요. 어쩌면 내 자신이 현실을 변화시키기엔 너무나 나약하기에, 그런 어려운 문제들을 포기하고 외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속 분위기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약을 만드는 겐토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누군가를 구하고자 한 개럿도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였습니다. '제노사이드'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마 작가가 작품속에서 언급한 한국인의 '정(情)'과 같은 유대감일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것. 그 숭고한 정신이 어쩌면 인간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하나의 희망일 것입니다.

 

 안읽어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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