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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숨은 골목 - 어쩌면 만날 수 있을까 그 길에서…
이동미 글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서울의 숨은 골목 / 이동미
어찌보면 세상은 그런 것이리라.
나홀로 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외로워할 때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이가 있었다는 것.
그래서 세상은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는 것.
-P.110-
1.
우연히 골목길에 관한 짧막한 영상을 본적이 있습니다. 정겨운 음악에 아련한 내용의 영상은 어린시절 향수를 자극했고, 사라져가는 골목길에 대한 미련으로 영상에 나오는 골목들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어릴적 제가 기억하는 고불고불 좁은 골목들이 이태원 언덕길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더군요. 그곳에서 만난 풍경들은 좁고 불편했지만 아늑하고 정겨웠습니다. 제게 골목에 대한 추억은 많습니다. 술에취해 밤새 헤매이던 아현동의 높은 골목길. 연인과 함께 걷던 이화동 벽화 골목길.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길과 함께 자라왔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정이 있던 골목길과 함께 말입니다.

벽에 적힌 글귀 하나가 기막힌 안주가 된다.
비 오는 오늘이 좋아 한 잔. 함께 온 친구가 좋아 한 잔.
술맛이 좋아 한 잔. 벽에 적힌 글귀가 맘에 들어 한 잔.
멀리 있어 함께하지 못한 친구가 생각나 한 잔. 맘에 안드는 상사가 생각나 한 잔.
그렇게 잔을 부딪치며 피맛골의 밤은 깊어간다.
-P.119-
2.
종종 저처럼 골목에 대한 향수를 가진 친구를 만나면 밤새도록 걷습니다. 얼마전 종로의 좁다란 골목들을 지나 충무로의 인쇄 골목까지 걸은 날도 그런 좋은 벗과 함께였습니다. 책의 저자 역시 저와 비슷한 사고를 갖고 있어서인지 공감할수 있는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제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들도 많았고 작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좋은 골목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3.
'서울'이라는 단어에서 어느순간 골목은 숨겨야 할 가난함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 역시 골목에 대해 찾아다니기 전에는 서울에 이렇게 많은 골목이 남아있는지 상상도 못했거든요. 골목길 안에는 우리들의 추억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그 골목안에는 여전히 정이 있고, 쉬어갈수 있는 아늑함이 있지요. 하지만 이 골목들이 멸종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책속에 소개된 정든 추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편한게 과연 좋기만 한것일까요?

뻥 뜛린 서울의 대로를 지나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옥수동 계단 골목이 나온다.
수많은 집들이 겹겹이 쌓여있고 집집마다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대로가 우리 몸의 대동맥이라면 골목은 실핏줄이다.
그리고 집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쯤이라 해두자. 세포 하나하나에 이르는 옥수동 골목 산책은 인체 탐험만큼이나 흥미롭다.
-P.174-
4.
책의 장점중 하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만든 미니 지도입니다. 골목 사이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터뷰를 나눈 미니 인터뷰의 글도 정겨웠구요. 단순히 책을 보는것보단, 책을보며 골목을 찾아 걸을 때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한 진짜 의미를 느낄 수 있을겁니다. 책을 덮은 지금 제 마음은 무척이나 두근거립니다. 날씨가 썩 좋지 않은 날. 골목 작은 전집에 앉아 그리운 사람과 막걸리 한잔과 추억을 나눌 생각에 말이죠.
골목에 대한 아련함이 남아있는분, 위에 첨부한 동영상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분들에게 추천하는책 <서울의 숨은 골목>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