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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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 미쓰다 신조

 

"왜냐하면 넌 조주로 님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치가미 가에서 살 게 틀림없으니까. 그러니까 너한테 이야기해두기로 한 거야. 알겠니? 표면만 보면 안 돼. 사물에는 반드시 이면이 있는 거야. 특히 거창하고 성가신 관습이 대대로 내려오는 이런 구가는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이 붕괴해서...."

 

-P.137-

1.

 

(스포 有)

 

전 무서운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온 마을의 괴담과 같은 전설들을 좋아하는데요. 이러한 이야기들이 서늘함을 주는 오락성과 동시에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교시의 효과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한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기초로 만든 본격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오래전 선물받고 읽지 못했던 이책을 읽게된건 더운 날씨 탓이였을겁니다. 서늘한 이야기가 읽고싶어져 집어든 책은 술술 읽혀나갔고 책을 덮을 즈음에는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책의 작가인 '미쓰다 신조'는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적 호러를 결합시킨 '도조 겐야 시리즈'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가인데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요코미조 세이지'의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국내에 출간된 '도조 겐야 시리즈'는 아직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이렇게 두권 뿐인데요 곧 출판사 '비채'에서 <마지모노처럼 달라붙는 것>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기둥과 목의 절단면 사이가 딱머리 하나의 길이만큼 떨어져 있었다. 또 베인 목 밑 다다미에는 큼직한 날붙이로 여러 번 찍은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다다미 겉면의 골풀이 찢어져 속에 든 지푸라기가 드러나 있고, 보풀이 인 곳에 끈끈한피가 튄 것이 참으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P.238-

2.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이 책은 '도조 겐야' 시리즈 이면서도 주인공 '도조 겐야'의 비중이 무척이나 미비한 작품입니다. 기껏해야 중간에 잠깐나와 들러리 역할을 하고,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 얍 범인은 너야 추리하는게 다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도입부분의 일본의 역사 이야기가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져 힘들었었는데요, 고비를 넘어 주인공들의 이름을 조금씩 외우고 나니 정말이지 술술 넘어갔습니다.

 

이야기는 히메카미촌이라는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이치가미, 후타가미, 미카미로 구분되는 히가미가는 히메카미 촌을 대대로 다스려온 마을의 대지주 인데요. 이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가 있습니다. 히가미 일족의 장이 되는 사내아이. 즉 이치가미 가의 후계자가 되는 아이가 일찍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부정을 막기위해 가문에서는 아이들을 산으로 보내는 참배의식을 거행합니다. 그리고 십삼야 참배의 날. 장남인 조주로와 쌍둥이 여동생 히메코가 길을 나서고, 밀실 상태인 산 속에서 히메코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가문의 요구로 어영부영 사건은 가려지고 잊혀집니다. 하지만 몇 년 뒤 조주로의 혼인 의식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대체 누구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이런 밤중에 목욕을 할 사람이 이치가미 가에 있을 성싶지 않았다. 단숨에 정점에 달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요키다카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려 했으나.....

 

머리가 없었다.

 

-P.257-

3.

 

일본의 부유하지만 폐쇄된 가문의 이야기가, 마을의 전설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음산한 이야기를 뿜어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짜맞추는듯한 느낌의 본격 미스터리를 선호하지 않는데요. 책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뒷 반전을 이용해 하나의 완벽한 그림으로 그려나갑니다. 잘린 머리의 전설이 책의 분위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꼭 잘린 머리여야만 한다는 것이 하나의 예일겁니다. 때문에 책의 마지막장을 읽은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게됩니다.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한번 되짚어 보면, 작가가 정말 고생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치가 완벽합니다. 특히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책의 마지막 부분은 온몸에 소름이 끼칠정도로 무서웠습니다.

 

'도조겐야 시리즈' 외에도 한스미디어에서 출간중인 '미쓰다 신조 월드'역시 평이 좋던데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철 서늘하게 더위를 식혀줄 공포 미스터리 소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강력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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