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게 될 거야 - 사진작가 고빈의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초대
고빈 글.사진 / 담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만나게 될 거야 / 고빈

 

그래서 나의 여행은온통 동물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었다. 큰 뿔을 가진 소가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다가와 히말라야의 설산으로 나를 데려갔고, 사막에 밤이 내리면 어디선가 파란소가 나타나 내게 사막의 밤하늘을 펼쳐 보여 주었다. 강가에서 만난 길거리 개 한 마리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내 품을 파고들어서는 눈물이 되어 강으로 사라져갔다. 그렇게 우리는 설산을 넘고 사막을 지나 큰 강을 건넜다.

 

-P.13-

 

1.

 

밀레가, 만나게 될거야.

 

평상시라면 바로 골아떨어졌을 시각. 왠지 모르게 카페에 접속해 이런저런 소식들을 접하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녀와, 아기 그리고 당나귀와 꽃. 순수한 모든것들을 하나에 모아놓은 사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움직이더군요. 거기에 '고빈'이라는 작가의 이름까지. 모든것이 완벽했습니다. 나를 위한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꼭 보고 싶었습니다.

 

동물과, 이국적인 세계의 순수한 사람들. 그 모든것들을 자신만의 앵글에 담은 '고빈'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달콤했습니다. 그러다 문뜩 이 달콤함이 꿈이란걸 알아버린 아이처럼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현실과는 전혀 이질적인 공간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 다른 세상 속 이야기에는 사람과, 동물이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신령한 파란 소가 나왔고, 인간을 잘 따르는 영리한 개와, 순박한 당나귀가 주인공 '고빈'과 함께였습니다.


 

"좋은 말씀이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신의 숨결이 깃든 존재들이지요. 모두가 알라의 다른 모습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나라와 종교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든 것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알라를 존중하지 않는 것과 같지요. 서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오."

노인은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이 말해주었다. 속이 시원했다.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노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P.136-

2.

 

'고빈'이라는 이름은 사실 인도에서 얻은 저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릭샤를 타고 바라나시의 가트를 이동할 때, 늙은 릭샤꾼이 지어준 이 장난같은 이름을 아마 잊고 있었을 겁니다. '귀한 손님'이라는 뜻을 담은 이 이름이 '사랑의 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것은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입니다. 고맙게도 책은 바라나시 강변의 개들을 이야기하며, 내가 겪은 인도의 이야기를 다시한번 곱씹어보게 만들었습니다.

 

바라나시 일급 호텔의 방에는 도마뱀이 기어다녔습니다. 가운데 손가락만한 녀석이 방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때 정말이지 식겁했습니다. 가트를 돌아다니던 피부병 걸린 개들을 저는 피해만 다녔습니다.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걱정하며 말이죠. 아마 전 인도에서 정작 봐야할 것들은 놓쳤던것 같습니다.

 

제가 본 인도인들은 조화를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종교 역시 이런 저런 신앙을 포용하고 자신들의 문화로 재창조한 힌두교가 우세합니다. 길거리에는 소들이 아무데나 누워있고, 개와 원숭이가 활보합니다. 그리고 여기 사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에 가서야 동물을 볼 수 있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 입니다.


 

파란소는 숲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 있었다. 마지막 보았을 때에 비해 덩치도 훨씬 커졌고, 훨씬 더 신비로워진 모습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파란소를 불렀다. 파란소는 더 이상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여전히 그곳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깨달았다. 여기서 우리 둘의 시간은 끝났다. 각자의 삶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파란소는 처음 그가 왔던 신성의 숲으로 나는 이곳을 찾는 수많은 여행자 중의 하나로 돌아가야 했다. 그것이 더 이상 카르마를 쌓지 않을 방법이었다.

 

-P.213-

 

3.

 

마지막 사진인 티베트의 밤하늘. 하늘과 땅의 공평한 조화처럼, 책은 내내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주제로 삼고 있었는데요. 이 조화의 한복판에는 너무나 아름다워 거짓말 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그 거짓말같은 일들이 우리앞에 실제로 펼쳐지곤 합니다. 저 역시 여행길에서 그런 나만의 이야기를 체험했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마음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뒷편 류시화의 말처럼 '고빈'은 자신이 여행한 장소들을 기억하는 여행자가 아니라 그 장소들이 그를 기억하는 여행자입니다. 나는 어떤 여행자였을까요. 아마 그 장소들을 담기에 급급했던 다수의 여행자가 아니였나 반성해 봅니다.

 

밀레가(MILEGA), 만나게 될 거야. 이 말처럼 언젠가 나 역시 그들을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 처럼요.

그때 꼭 환하게 웃으며 인사할겁니다.

 

밀레가 ! 만나게 될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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