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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0. 헨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오 헨리 단편선 / 오 헨리
그러나 존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는 어쩌면 죽음이라는 신비롭고 머나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영혼이리라. 그녀를 우정에, 그리고 이 지상의 것에 매어놓았던 매듭이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가면서 공상이 그녀를 더욱 강하개 사로잡는 것 같았다.
-P.17-
1.
어릴적 <마지막 잎새>라던지, <크리스마스 선물>, <20년 뒤> 등의 단편을 읽으며 슬퍼하고 또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지금에서야 그때의 작품들이 '오 헨리'라는 거장의 작품이라는걸 알게 되었죠. 책은 길어봐야 10장이 채 안되는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단편집들과는 다르게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긴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있지요. 세상만사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라는 그의 말처럼 오 헨리의 작품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편들이 주는 묵직한 울림은 책을덮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어쨌든 우린 그날 밤 약속을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또 아무리 먼 데서 달려와야 한다 해도 정확히 20년 뒤 오늘 이 시간, 이자리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요. 20년이란 세월이 흐리면 어떻게든 각자의 운명도 정해졌을 테고 출세도 했을 것으로 생각한 거죠.
-P.130-
2.
오 헨리의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쉽게 그 숨겨진 이야기 속 진리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서로간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 독자는 이야기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감추고 있지 않아 쉬운 이야기는 그러한 특징탓에 짤막한 단편이 잘 어울립니다.
작품 해설에서 언급했다싶이, 오 헨리의 어린시절은 무척이나 불우하였습니다. 세살때 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가장의 구실을 재대로 해내지 못하는 알콜 중독의 아버지 밑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경험은 작가로 하여금 많은 감정들을 품게 하였을 것입니다. 어쩌면 극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그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 본인의 상처에 대한 치유가 아니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튿날 아침 아홉시 나는 내슈빌을 떠났다. 기차가 컴벌랜드 강 철교를 건너는 동안 주머니에서 50센트짜리 은화 크기만 한, 아직도 끄트머리가 해진 거친 삼 노끈이 달려 있는 노란 뿔 단추를 꺼냈다. 나는 그것을 차창 밖으로 유유히 흐로고 있는 흙탕물 속으로 집어던졌다.
-P.374-
3.
각각의 단편들은 때론 슬프게, 때론 웃기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그 방법에 있어 감정에 치우치며 우리에게 말하고 있기에, 통속적이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가벼운 이야기와 자극이 오히려 마음을 더 잘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의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다음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하게 만드는 소중한 선물상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선물들이 다 마음에 드는 선물상자는 찾기 힘든데 정말이지 모든 이야기가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설레는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요. 괜시리 짧은 이야기가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내 주변에서 너무나 흔한 나만의 이야기를요.
짧지만 굵직한 이야기 모음집 <오 헨리 단편선> 강력추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