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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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세계 / 온다리쿠

 

"그래서 내가 그 건물에서 나가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감시하는 사람들이 그때마다 날 점잖게 방으로 돌려보내거든, 감시의 눈길을 피해 복도로 나왔더니 안쪽으로 깊이 들어간 곳에 커다란 엘리베이터가 있어.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엔 올라가는 걸 나타내는 삼각형 버튼밖에 없는 거야. 그래서 조심조심 그 버튼을 눌러봤더니 문이 소리도 없이 열려. 올라탔더니......"

 

-P.20-

 

1.

 

저와 친한 이웃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온다 리쿠' 여사의 광팬입니다. 매 리뷰마다 언급하지만서도 그 독특하고도 몽환적인 문체가 마음 한구석의 묘한 동심과, 싸늘함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이죠. 다작 작가임과 동시에,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로 독자를 찾아오는 그녀지만 종종 기대를 져버리기도 합니다. 최근에 읽었던 '나비'가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였기에 실망이 컸는데요. 이런 극과 극의 작품을 내보이는 탓에 나오기 전부터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했었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쓰카자키 다몬' 시리즈인 <달의 뒷면>과, <불연속 세계>입니다. 과제폭풍으로 힘겨워할때 책을 접하게 되어 단편부터 짬짬이 읽자는 마음에 <불연속 세계>를 먼저 읽었는데요. 제가 딱 원하는 분위기의 책이여서 잡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습니다.



 

"유래는 다양합니다만, 저희 집안 금줄은 특수하답니다. 죽은이가 산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걸 여기서 막는 거죠."

다본은 몸이 싸늘해졌다.

"산에서 죽은 이가 온다고요?"

"네. 저희 집안에선 죽은 이는 산에 있다고 믿거든요."

 

-P.109-

 

2.

 

굳이 작품의 장르를 정하자면. 이책은 미스터리 호러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살짝 가라앉은 분위기의 이야기는 온다리쿠만이 보여줄수 있는 섬찟함으로 다가옵니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잘 되지않는 모호함의 경계속에서 말이죠. 

 

제목만큼이나 기묘한 이야기를 담은 <나무지킴이 사내>는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나무위에 앉아있는 사내의 모습. 결국 미묘하게 가슴속에 남아있는 서늘함이 매력적이였지만 이야기속 두개의 소재가 서로 융합되지 않는 느낌이여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죽음을 부르는 노래'글루미 선데이'. 그것을 모티브로 삼은듯한 노래 이야기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 개인적으로 다섯편의 이야기중 최고는 이 작품이 아니였나 싶은데요.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마주치는 진실이 참으로 오싹했습니다.

 

기억의 퍼즐이 창조한 오싹한 트라우마의 세계 <환영 시네마>는 마을에 돌아오기 싫어하는 가수지망생이 주인공입니다. 영화촬영 현장을 볼때마다 주변에 불길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청년. 그런 그가 다몬과 마을에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러 오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은은한 달빛이 비쳐드는 거대한 사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꿈같은 이야기 <사구 피크닉>에서는 눈앞에서 사라진 사구의 흔적을 찾는 다몬과 도모에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라지는 사구를 조사하던 중. 전시장 내에서 사람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감쪽같이 사라진 청년의 정체는 무엇인지 추리해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설레였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야간열차에서 벌어지는 괴담 배틀을 그린 표제작 <새벽의 가스파르>였는데요. 구성상 마지막에 위치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스를 살짝 흘리자면 심령사진에 찍힌 여자에 관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다몬 본인에 관한 이야기였다는것 정도. 

 


 

 

다몬은 예전에 어떤 추리소설에서 읽은 말이 생각났다. 사각(死角)은 없다. 모두가 영사실 출입구를 무의식중에 감시하고 있었다.

"그럼 그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여섯 사람은 여우에 홀린 듯한 얼굴이 되었다. 누가 '실은 여기 있었어요'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기묘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주뼛주뼛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 뒤로도 결국 청년을 발견하지 못했다.

 

-P.206-

 

3.

 

다섯편의 이야기가 모두 제 스타일의 작품이여서 무척이나 설리설리했습니다. 비극과 희극이 종이한장 차이인것처럼. 괴담과 진실의 실체역시 종이한장 차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항설백물어>의 플롯과 조금 비슷한것 같은데요. 그것보단 좀 더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이라 더욱 좋았던것 같습니다. 장편인<달의뒷면>은 더욱 재밌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뛰기 시작합니다. 온다리쿠 여사의 봄맞이 선물이 미스터리 팬의 마음에 불을질러 버렸습니다. 다음주부터 시험이라는데... 비채가 미워지려 합니다....

 

온다리쿠의 몽환적인 공포소설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하는책 <불연속 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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