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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에서 죽음에 관한 미심적은 이야기를 소설의 주제로하고 있습니다..앞서 여자가 죽음의 원인을 풀어낼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더해서 여자는 희망의 유혹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는 다시말해 채찍을 든 죽음몰이가 다름 아닌 희망이었다는 말인데 이것은 웬지 모순입니다. 왜냐하면 굳이 삶과 죽음을 대립항에 놓지 않더라도 '희망'이 삶의 이유임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없을 뿐더러, 죽음과 희망이 버젓이 공존하고 있는 우스꽝스런 상황을 해명할 근거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람의 등장으로 섬을 떠난다. 그리고 주인공도 사라집니다. 그렇게 마침내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단지 페루에 와서 죽은 새들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우리들에게 남은 것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사실과 '새들이 페루에 가서 죽는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한가지 의문입니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주인공은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를 찾던 중 희망이라는 유력한 용의자를 만나게 되지만, 곧 용의자를 놓치고 맙니다. 그리고 섬에는 죽음만이 남게됩니다. 달리 말해, 이것은 극복할 수 없는 단한가지 유혹인 희망의 부재는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결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더해서 삶의 근거인 희망이 동시에 죽음으로 나아가는 수레바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속에 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