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안호 선생님은 조안호 수학연구소의 소장이자, 수학 통역사로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교육 전문가이다.
30여년간 많은 아이들의 성적을 20점대에서 100점대로 끌어올려 수학계의 뚫어뻥, 우등생제조기 등의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수학 통역사 라는 낯선 호칭처럼, 낯설고도 참신한 책을 만났다.
수학교육이 위기를 맞은 요즘, '연역법으로 성실하게 수학을 배운다면, 우수한 학생은 물론이고 보통의 학생들도 고등수학을 잘하게 된다'라고 주장하며 수학교육의 실패원인과 수학교육의 모델을 제시한다.
1부-전문가들의 착각
2부-학부모들의 착각
3부-학생들의 착가
4부-올바른교육을 하고있다는 착각
각 분야의 흔한 착각을 언급하고
그에 따른 저자의 의견들을 담았는데 전문가의 착각을 언급한 책을 처음 보는 것 같다.
* 오류 : 선생님은 아이가 알기 쉽게 문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 선생님은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게 아니라,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개념이 도구가 되도록 해주는데 주된 역할이 있다. 아이가 문제를 못 풀때, 아이의 개념이 잘 정립되었는지, 그 문제에 사용되는 다른 개념은 없는지, 부족한 개념이 있다면 알려주고 다시 풀도록 독려해야 한다.
* 오류 : 80%의 정답률을 보이는 쉬운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
=> 학부모는 20%의 어려운 문제가 아이를 발전시킬 것으로 믿고 싶겠지만 아이는 쉬운 문제들에 익숙해지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 오류 : 외우지말고 이해하라고 한다.
=> 많은 공부는 이해가 선행된후 암기하고 때로는 체화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석이다. 올바른 개념을 배우는 충분한 입력시간이 필요하다.
* 오류 : 점진적인 실력의 향상이 이루어진다.
=> 실력은 조금씩 자라서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예외없이 기본을 튼튼히 하고 치열하게 노력하여 비약을 이룬다.
학원은 개념 문제집, 기본 문제집, 유형 문제집을 쉬워질때까지 순차적으로 풀고 중상위문제집의 정답률이 90% 이상이 될 때 심화 문제집을 풀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엄청난 문제들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시간이 없거나 아이의 능력을 의심 받으며 심화 근처에도 못가본다.
설사 모든 과정을 거치고 중상위 난이도 문제집에서 95%를 맞았다 해도 심화 문제집의 정답률은 반타작도 못한다. 처음 보는 문제나 어려운 문제는 오로지 개념으로밖에 풀리지 않는다. 정확한 개념을 익히고 곧장 심화문제집을 풀어도 70~80%의 정답률을 보인다.
* (78P) 전문가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제대로 된 심화는 아무도 못한다.
심화를 위해 출발선을 높여야 한다. 개념을 배웠다면 시간을 충분히 주고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들만 풀거나 그냥 심화 문제집부터 풀려라. 개념과 어려운 문제 사이의 유형문제들은 방해만 된다. 변화의 방법에는 비약 밖에 없다. (수학실력은 점진적인 상승이 아니라 비약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하신다)
* 오류 : 수학교과서에 가장 많은 개념이 담겨 있다.
=> 초등과 중등의 수학교과서에 가장 많은 개념이 담겨 있다는 것은 선생님들의 오해이다.
연산에서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모두 기술이다. 수학은 개념을 가지고 수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역법의 학문이지만 교과서는 고1까지 계속 귀납법으로 가르친다. 쉽게 말해서 문제를 풀어서 개념을 잡으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
* (83~86P) 교과서에는 있어야 할 개념은 거의 없고 몇개 있는 것도 오개념이며 나머지는 기술들이다. 한번 교과서에 개념이 있다고 믿으면 확증편향이 지속된다. 한줄도구로 만들어서 그것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 오류 : 교과서를 완전학습이 되도록 공부해야 한다.
=>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과서의 개념으로 충실하게 공부하여 완전학습을 하고나서 문제를 풀어야 하며, 완전학습이 되었는가를 확인하려면 남에게 설명할수 있어야 한다고.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이 이처럼 파행을 거듭하는 이유가 바로 완전학습에 대한 생각 떄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완전학습은 사교육 광풍과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된 주된 이유이다. 어떤 교육이든 아이가 책을 읽지 않도록 하는 교육은 최악이다.
* 오류 : 아이들은 발달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스스로 발견하려면 기다려줘야 한다.
=> 수학은 발견하는 학문이 아니고 수학자가 만든 것을 이해하고 익혀서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스스로 깨치는 것은 느린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다.
저자가 한줄로 정리하는 수학교육의 정의는, 연산과 개념을 도구로 하여 학생들의 실력 즉 집요함과 논리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이 큰수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큰수로 연산의 범위를 넓히거나 너무 많은 연습을 시키는 것, 원리만 강조하여 도구화에 반대하는 어떤 전문가의 말도 단호하게 배제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심해진다. 항상 연산, 개념, 논리, 심화를 모두 동시에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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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본질에 대해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시각을 알려주어 아이의 수학공부방법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민해볼만한 부분들이 많았지만, 조안호 개념수학과 조안호 연산을 해야 한다는 방법 이외에 연산과 개념의 도구화에 대한 직접 사례와 교과서에는 개념이 없다는 것을 교과서 실사를 첨부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었으면 더 이해가 잘 되었을 것 같다. (저자의 다른 저서에 실려있는 내용들일 것이라 추측하지만 말이다)
뒷 부분에 나오는 학부모와 학생의 착각은 쉽게 읽혔지만 앞부분 전문가의 오류들은 놀라워 하며 읽어내려갔다. 유투브에서 유명세가 있는 수학강사들, 완전학습을 말하는 공부법 전문가로부터 들어봤음직한 내용들을 전면반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단호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수학교육의 오류들을 꼬집은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위기 상태이고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언젠가는 올바른 교육을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 그리고 지금 상태로는 점점 더 많은 수포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학부모는 SNS와 유튜브에서 전문가 라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다고 해도 모두 다 올바른 정보라 믿으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 되었다. 비전문가로서 끊임없이 왜? 라고 물어야 하고, 검증되지 않은 것을 쉽게 믿으면 안된다. 앞으로도 쭉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