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사심 가득한 리뷰입니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카리나 베리펠트, 짐 브라질/ 다산초당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목사님, 잘하셨어요’라고 박수를 보낼 순 없겠지만, 그중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지혜를 얻을 거라고 생각해요. (391)


나의 관심은 죽음 근처에 머물러 맴을 돈다. 특히 지난겨울부터 죽음과 애도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걸 보면 요즘 그 관심이 더 깊어진 것 같다. 이미 죽은 이의 삶, 죽음을 앞둔 삶, 그리고 죽은 이들을 보내고 남겨진 이들의 삶이 궁금했다. 우리는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 뉴스에서 들리는 사건사고로 인한 죽음부터, 가족과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고 결국엔 스스로도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는 사실만 잊고 살 뿐.


그러니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했다. 276명의 죽음을 지켜본 목사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극적으로 펼쳐지리라 기대했다. 교도소에서 마감하는 범상치 않은 죽음으로부터 인생의 교훈을 어떻게 끌어내고 전달할지 궁금했다. 꽤나 자극적인 소재였기에. 죽음의 숫자도 많지만, 합법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니까.


그런데 책의 초반부에서 짐 브라질 목사는 말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 없을 때 책이 출간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그는 왜 책 출간을 망설이며 이런 말을 했을까?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는 짐 브라질 목사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스웨덴 국적의 기자 카리나는 「죽음과 함께 한 일주일」이란 기획기사를 쓰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와 사형을 일주일 남겨둔 사형수와 그의 주변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짐 브라질 목사를 만난다. 그와 짧은 인터뷰를 하고 헤어진 후 스웨덴에서 생활하던 중 다시 짐 목사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이 왜 항상 어두운 현실에 관심을 두고 피해자를 찾아다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카리나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이들을 용서하고 그 죽음을 침착하게 지켜본 짐 목사에게 연락하고 그렇게 인터뷰가 이어진다.


카리나 앞에서 짐은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현재 암 투병을 하며 생활하는 일상까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죽음의 문턱을 넘고 목회자의 삶을 결심하게 된 경위부터 첫 번째 아내와 만나고 갈등을 겪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병원 원목실 목사로, 교도소 형목으로, 그리고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시간 동안 많은 죽음의 현장에 있었다.


짐은 강조한다. 자신은 영웅도 아니고 뛰어난 목회자도 아니라는 것을. 실수를 반복하고, 잘못된 선택으로 괴로워하며 살아온 사람임을. 자신으로 인해 가족에게 큰 아픔을 주었음을. 목사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종교적인 신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함을. 노년의 백인 남성으로서의 인식도 가지고 있음을 내보였다.


그렇게 짐이 내보여주는 이야기 속에는 짐이 만난 다양한 죽음과 삶들이 있었다.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있었고, 무도한 살인자에 의한 죽임이 있었고, 사형대 위해서의 죽음이 있었다. 그렇게 떠나간 뒤에 남겨진 삶들이 있었다.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의 삶이 있었고,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식의 삶이 있었고, 피해자의 유족이 있었고, 살인자의 가족이 있었고, 그 과정을 행해야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한 생명이 끝나는 죽음의 순간에 남겨진 이들의 감정에는 새순이 돋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카리나의 삶이 그것이다. 짐과 대화하는 중간중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며 정리하는 카리나였다. 짐도 카리나의 날카로운 지적에 자신의 인식을 교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강간을 성관계라고 지적해 주는 것을 받아들이듯이. 그렇게 대화를 통해 서로 통찰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읽어나가는 경험이 좋았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라는 말은 한 사형수가 짐에게 한 말이었다. 짐은 말한다. "오늘은 살기 좋은 날이기 합니다"라고. 상처와 결핍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사람에게 잔잔한 울림이 되어줄 수 있는 책,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를 권해 본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살기 좋은 날이면서 죽기 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게 제게 일종의 철학이 되었어요. 하루하루는 제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나쁜 일이 있다면 그건 제가 나쁜 날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죽어가고 있는 지금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얼은 자신이 죽는 날을 긍정적인 날로 만들기로 결정했잖아요. 그렇게 그날은 죽기 좋은 날이 되었죠. 저는 그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날을 죽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다니 정말 훌륭하네요.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일까요?"
"그렇겠죠. 하지만 살기 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 P223

"사형 집행을 300건 가깝게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생사는 찰나에 갈린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도 언젠간 죽겠죠. 그때는 제가 사형수들에게 말해줬던 교훈을 마음속에 품고 갈 겁니다. 저는 당신이 이 교훈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축복입니다. 허비하지 마세요. 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좋은 일을 하고, 무엇이든 용서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한 후에는 넘어가세요. 이번 생에서든 다음 생에서든 말이죠." - P17

사형집행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동시에 얼마나 회복력이 강한 존재인지 알게 됐어요. - P286

지금은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속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공간을 긍정적인 감정들이 채우게 될 거예요. 만약 아빠를 용서한다면 그건 아빠를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한 거죠. 저는 중재 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그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어요. 누구든 몸에서 모든 증오와 분노를 배출해 버리면 그 독을 용서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유로워지는 거죠. ( - P297

피해자가 되면 살면서 시도 때도 없이 그 고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자꾸만 그때 느꼈던 고통과 분노, 그 악마 같은 가해자가 생각나죠. 그것들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피해자의 삶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잊으려고 애써도 분노가 남아 있는 한, 다시 과거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되죠. - P310

설령 밖으로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생존자의 삶은 여전히 그 범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피곤함에 지치고, 번뇌에 지치고, 우울증에 지치고, 자기 연민에 지칩니다. - P312.

전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묶고 있는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적극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자신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며 마침내 앞으로 나아갈 열쇠를 찾아냅니다.-중략-
우선 용서를 해야 전사가 될 수 있어요. 죄책감과 분노, 용서를 다룰 수 있어야 건강한 삶을 살게 됩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그게 괜찮았다는 뜻이 아니에요. 더 이상 그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죠. 용서를 하면 이제 그 사람은 당신에게 과거처럼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돼요. -중략-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니죠. 용서는 가장 아픈 상처가 있는, 마음속 제일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결단만 내린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용서는 몇 번이고 계속해서 더해져야 해요.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그날이 올 거예요. - P3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사심 가득한 서평입니다.


<1984> 조지 오웰/ 열림원


현실은 개개인의 정신 속에 있는 게 아니야.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고 예외 없이 머잖아 죽어 없어질 개개인의 정신 속에 현실이 있는 게 아니라, 집합적이며 불멸인 당의 정신 속에만 있는 거야. 당이 진실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진실이야. 당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면 현실을 보기란 불가능해. 그것이 네가 다시 배워야 하는 사실이야. 윈스턴.

348-349쪽


몇 년 전 조지 오웰의 <1984> 읽기를 도전했다가 중단했던 적이 있었다.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없던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때 펼쳤던 책이 꽤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다가 열림원에서 조지 오웰의 <1984>를 펴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이런 기회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평단 신청을 했다.


책을 받고 책을 펼치기 전에 표지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마름모꼴 안에 새겨진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얼굴이 들어찬 것은 책이었다. 책 속의 남자라,, 그는 누구일까? 그다음으로 보이는 건 눈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건물과 꼭대기의 태양.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한 표상들을 궁금해하며 첫 장을 열었다.


어려운 책을 어떻게든 읽어보리라는 마음이 제일 컸다. 한 번 포기한 전력도 있으니 이번에는 기를 쓰고 읽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고전이 이렇게 쉽게 읽힌다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흐름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었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신기했다.


한 남자가 등장한다. 윈스턴 스미스. 그는 퇴근 후 자택 창가에 서 있다.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표정을 감춘 채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그 풍경 속에 담긴 문구를 읽는다. "빅 브라더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한 쪽 구석에 가서 노트를 꺼내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몰래. 사실 이 노트도 어느 골동품에서 몰래 사 온 것이었다. 윈스턴은 무엇을 쓸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어느새 손에 경련이 일 때까지 무언가를 쏟아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쏟아낸 이 남자의 내면에 억눌렸던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계속 책을 읽었다.


윈스턴이 사는 1984년의 런던은 영사의 런던이다. 영사, 즉 영국 사회주의는 유럽 전역이 사회주의로 통합된 체제인 오세아니아의 일부이다. 세계는 3개의 초거대국가로 재편되었고 계속해서 전쟁 중인 상황에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윈스턴은 영사의 당원으로, 진실부 산하 기록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주 업무는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는 일. 그는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사회의 모순을 공포스럽게 여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진실을 남겨야 한다는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골동품 가게까지 찾아가게 된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이다. 2부는 윈스턴과 줄리아가 삼엄한 당의 감시를 피해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가, 3부에서는 몰래 만나던 두 사람이 체포된 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분명 조지 오웰은 20세기 초의 사회주의의 물결을 비판하는 내용의 소설을 썼는데 21세기 속 독자인 나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을 느끼며 소설을 읽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어쩌면 문제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어떤 사회체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권력을 잡는 세력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속성이 아닐까? 그들이 자신의 권력욕과 이득을 위해 타인을 가난과 무지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을 읽으면 언제나 생각이 깊어진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조지 오웰의 <1984>는 더울 그러했다. 이 깊은 내용을 매끄러운 번역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가독성이 좋은 고전을 만나기는 쉽지 않기에 이 책을 통해 열림원에서 출판한 세계문학 시리즈를 알게 되어 반가웠다. 그리고 열림원의 다른 고전도 궁금해졌다. 만약 고전을 읽고 싶지만 어려워서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열림원 고전의 책을 선택하는 것도 고전 읽기의 한 방법일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사심 가득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휘슬링


#이상권 #특별한서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사심 가득 담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표지 그림을 봤다. 바람이 살랑이는 봄날, 한 소녀와 어린 강아지가 방향을 마주하고 편안하게 엎드려 있다. 평화로와 보이기만 하는 그림의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본 수많은 들풀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있는 작가 소개에 마음이 끌렸다.


소설은 중학교에 진학하는 수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채는 아버지의 발령처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새로운 곳에서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서 수채는 친구 미주가 생겼다. 180cm의 키에 100kg이 넘는 존재감을 가진 미주가 수채는 너무도 듬직했다. 미주는 외형뿐 아니라 마음도 넉넉한 친구였다.


수채에게는 미주 말고 친구가 또 있었다. 이사할 무렵 가족이 된 반려견 덤덤이. 덤덤이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힘겨운 수채의 마음을 들어주는 친구가 된다. 친구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친한 친구와 멀어지게 되고, 학교 폭력에 노출된 그 모든 상황에서 덤덤이와 동네 개들은 수채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소설 속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엄마가 수채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지 않았고, 아빠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학교 선생님이나 동네 어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쉽기만 했다. 아마도 수채의 눈에 어른들은 오락가락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보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다. 예기치 않은 여러 일들은 아이들에게도 닥쳐오는 것이니까. 마음 힘든 일들이 그렇게 다가와도 아이들은 나름의 힘으로 잘 이겨낸다는 걸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느꼈다. 수채처럼 휘파람을 불면서, 진달래 바위를 떠올리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사심 가득 담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 - 자신만이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을 향한 동물의 반론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사심 가득한 서평입니다.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북다



이 책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를 봤을 때,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추천사를 보았다. 얼마 전 그가 쓴 <찬란한 멸종>을 재미있게 읽었었기에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에 담긴 내용이 궁금해졌다. 책의 저자가 심리학자 겸 인문과학 저널리스트라고 하니 믿음이 갔다. 바로 서평단에 지원했고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사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당황스러웠다. 목차를 보고 30가지의 주제로 동물과 인간에 대해 살펴본다는 것은 알았다. 실제로 각계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그러나 그 구성과 진행 방식이 내게는 좀 난해했다. 표지만큼이나 현란한 색상의 디자인이 낯설었고, 짧은 글에 담긴 내용들이 함축적이고 깊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재미가 붙었다. 동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동물학의 시초는 다윈의 연구에서부터 그 기원을 두고 있고, 크게 동물심리학과 동물행동학으로 나뉜다는 것 정도까지는 머리에 담을 수 있었다. 그 이후 담겨있는 다양한 연구와 논쟁들을 살펴보며 특별히 관심 가는 부분들은 다음에 다른 책이나 정보를 찾아보고 싶어서 표시해두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 저자는 독자가 동물의 모습과 행동 매커니즘을 살펴보고 인간의 특성과 비교 분석해 보기를 원한 것 같다. 각각의 사례를 통해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길 원했을 것도 같다. 그리고 지금의 연구로 동물과 인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니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공존해 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당부도 담겨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주일 넘게 책을 읽었는데 만족도가 높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동물을 '인간화'와 '종차별주의'에 대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다 보니 '애착'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이 갔다. 짧은 글 속에 담긴 각각의 내용들이 깊었다. 한꺼번에 읽으며 책의 흐름을 좇아가는 것도 좋았지만, 하루에 한두 챕터씩 읽거나, 관심 가는 분야를 선택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사심 가득한 서평입니다.


우리는 애착 매커니즘의 정교함에 더욱 놀라게 된다. 애착 매커니즘의 최종 목적이 자기 소멸, 즉 애착의 소멸이라는 점에서다. 애착이 필연적으로 이르게 되는 결과는 결국 어미와 새끼가 분리되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어미 쪽에서 적극적으로 분리를 유도한다. - P181

인간 외의 동물들은 그들의 환경과 관련해 특정 형태의 인지를 발달시켰습니다. 인간의 인지보다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다를 뿐입니다. - P222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종차별주의에는 타자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증오와 거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여러 형태의 타자 착취가 존재한다. - P332

의인화는 신, 동물, 사물, 현상과 같은 다른 개체에 인간의 특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에서 말하자면, 다른 종의 동물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이면에 어떤 의도, 정서, 감정이 있으리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 동물에 관한 동물행동학적 지식과는 관계없다. - P353

상상하는 힘은 우리 인간을 아주 독특한 동물로 만들었다. - P3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석의 불시착 2 - 진짜 백석의 재발견
홍찬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사심 가득한 서평입니다



백석의 불시착 2


#홍찬선 #스타북스


<백석의 불시착> 2권에서 백석의 갈등은 깊어진다. 사랑도 이루지 못했고 겨우 유지하던 직업에도 회의가 들었다. 게다가 일제의 폭압은 더욱 심해졌다. 창씨개명을 강조하고 오로지 일본어만 사용하게 했다.

 

고뇌를 거듭하던 시인 백석은 결국 만주로의 망명길에 오른다. 100편을 쓰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만주에서의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업도 하고 번역 일도 했지만 그 역시 고되긴 마찬가지였다. 이후 광복이 되었고, 백석은 고향 정주로 돌아갔다가 평양에 터전을 잡는다. 하지만 분단된 이북에서의 삶도 평탄치 않았다.

 

<백석의 불시착> 2권에서는 작가의 상상이 보다 많이 개입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손기정, 윤동주, 이상, 백신애 등과 백석의 관계는 분명히 허구였다. 소설의 허구성을 염두에 두면서 읽었기에 크게 거북하지는 않았다. 역사적 기록이라는 것도 과거의 인물이 남긴 발자취를 후대의 사람들이 추측해서 맞추어나가는 작업이니까. 어차피 100% 사실과 진실은 알 수 없으니까.

 

대신 중간중간 궁금할 때마다 관련 사실을 찾아보며 읽어나갔다. 그리고 이런 점에 대해서 작가는 책의 후반부에 부록을 실어 상세히 밝히고 있어서 참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작가의 상상력 덕분에 그 시대 문학가들의 생각과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백석의 글과 비교하면서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기도 수월했다. 일제 시절이 아니었다면 이 문인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서로의 작품을 평하기도 하고, 시끄럽게 언쟁을 벌이기도 했겠다 생각하니 콧등이 찡해지기도 했다.

 

<백석의 불시착> 1,2권의 소설에서 보여주는 백석의 삶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각자의 방식대로 철학대로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이 그 후 강대국의 이념에 따라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언제 접해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만약 백석이 고향에 머물지 않고 서울이 있는 남쪽에서 살았더라도 자유롭게 시를 쓸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백석의 불시착> 1,2권을 읽는 동안 시인 백석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백석에 대해 검색해 보고 다른 책도 한 권 읽고서 소설을 읽으니 <백석의 불시착>을 쓴 작가의 마음에 더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