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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ㅣ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우리 같은 방
#서윤후 #최다정 #열린책들
방과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나. 벽과 문이 굳건하게 서있는 공간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쓴 에세이에 호기심이 생겼다. 시인과 한자학자인 두 저자들이 보여주는 방의 모습들이 궁금했다. 내가 생각하는 공간과 내가 느끼는 감정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고,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 기대했다.
다정, 윤후 두 작가가 같이 또는 따로 방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푹 빠져서 듣던 나는 자연스럽게 '내 방은,,,'이라며 끼어들기 일쑤였다. 작가들이 지난 방들에 대해 써 놓은 글을 읽을 땐 지난 나의 방들을 떠올렸고, 작가들이 방안의 의자와 창문과 잡동사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내 방의 그것들을 바라보았고, 작가들이 집안의 화분과 반려묘를 소개할 때는 내 집의 식물과 반려견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보니 책을 진득하게 읽기보다는 중간중간 나의 방과 나의 과거와 나의 주변과 나의 기억을 살펴보느라 더듬거리며 읽은 꼴이 되었다. 만약 서평 마감일이 없었다면 지금도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놓고 작가의 이야기 위에 나의 이야기를 얹어놓느라 진도를 나가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이 책은 한 번에 후루룩 읽기보다는 어느 날 아무 곳이나 펼쳐서 조금씩 읽는 게 더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같은 방> 책장을 덮고,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는 책들 사이에 살포시 꽂아놓았다. 시인의 언어로 그려주는 이미지가 나의 마음과 맞닿아 있는 글이어서 신기했고, 한자학자의 언어로 들려주는 풍부한 어휘를 머금느라 행복했다. 책을 읽는 내내 힐링의 마음이었고, 또 이런 글들을 따라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찼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이 책을 읽고 각자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사심 가득 채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거의 방을 떠올리며 애달파지고 싶지 않은데 방은 곧 생활의 모양새 그 자체이기에 어쩔 수 없이 구차한 조각들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모퉁이에 웅크리고 숨어 있는 구차함을 들추어내 잘 위로해 주지 않으면 그 모난 마음은 나에게서 영영 떠나가지 않으리란 걸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방에 관한 글을 써보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이다. (10)
가구(家具)는 애초에 사람 없이 쓸모를 잃는다. 공간을 집[家]답게 갖추어 주는[具] 가구는 집에서의 쓰임에 따라 저마다 어떤 행위의 상징이 된다. (31)
나를 미워할 순서는 혼자가 된 방에서 찾아온다. (40)
내 방 창문과 우정을 쌓으며 나는 여러 번 세상과 화해했다. 세상의 움직임에 관여하지 않은 채, 나 없는 세상을 지켜만 보게 해주는 창문. 외부의 위험 요소가 사라진 나만의 방 안에서 유리창 밖으로 동요하는 세상을 내다보았다. (51)
바람이 문을 세게 닫은 방에 나는 여전히 있다. 불화의 참호 지대라고도 할 수 있다. 바깥의 일들로부터 벌어진 내면의 일을 수습하는 곳이다. 세상과 단절이라도 된 것처럼 방문을 굳게 닫고 홀로 고요에 참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방의 문법이다. (131)